기록과 우승 상금보다 중요한 한 가지!
흔들리지 않는 결의로 ‘신념’을 지키는
테니스계의 빛나는 이단아, 조코비치
책에서는 조코비치의 위대함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로 기술, 멘털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그가 대단한 이유는 오랜 시간 최정상의 자리를 유지했다는 지속성에 있다고 말한다. 여타 선수들과 비교해 보면 조코비치는 장기간 부상으로 결장한 적도 없고, 통산 세계 랭킹 1위를 428주 동안 지키면서도 큰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조코비치가 커리어에서 마주한 고비란 ‘테니스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8년 1월 호주 멜버른에서 그의 첫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실현한 후, 조코비치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바람과 달리 그는 체력전에서 페더러와 나달이라는 두 산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주저앉았는데, 조코비치는 그제야 본인이 글루텐에 민감한 체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동선수에게 식단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지만, 조코비치는 ‘글루텐-프리 다이어트’라는 식이요법을 감행하며 스포츠인으로서 다소 위험부담이 있는 해법을 실천했다. 그 과정이 분명 어렵고 고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동시에 조코비치의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는 일화이자, 그의 테니스 커리어를 한 차원 향상시켜준 터닝포인트이기도 했다. 그리고 코로나의 여파가 남아있던 2022년 1월 호주오픈 당시 조코비치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고비를 맞이했다. 조코비치는 평소 몸 건강에 대해 소신과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기 때문에, 코로나 백신 접종 역시 본인의 선택으로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대회 출전의 전제 조건이었고,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그는 멜버른 인근의 초라한 숙소에 격리되었다. 이 사건은 조코비치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조코비치는 백신 미접종 이슈로 4~5개 정도의 메이저 대회를 놓쳤기 때문에 많은 테니스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선택에 따른 결과를 감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오히려 그 이후의 커리어에 집중했다.
흔히들 조코비치가 기록과 우승에 집착한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코비치의 이러한 일화들은 그가 대중들의 생각, 그리고 전통과 권위를 중시하는 테니스에 흔들리지 않는 결의로 부딪히고 도전해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영국의 귀화 제안에도 돈과 지원보다 자국을 선택했고, 기술에 대한 통설을 믿기보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계를 돌파했으며, 심지어는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앤디 머리를 전담 코치로 초빙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조코비치는 은퇴마저도 ‘언제’가 아닌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선수다. 그의 신념이 어떤 시선에서는 고집으로 비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조코비치의 서사에서 핵심은 언제나 마이너리티한 속성을 딛고 일어나 주류 집단에 도전한 소수자의 반란이자, 본인의 신념을 지키려는 결의와 투쟁으로 설명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