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랑 시인의 시조집 《가을장미》에 실린 70편의 작품을 시조 미학이란 질서 안에서 살펴보았다. 이들 작품을 내용별로 나누어보면, ①음식관련 시조 ②사물관련 시조 ③계절관련 시조 ④사색관련 시조 ⑤생활관련 시조의 유형으로 대별할 수 있었다.
손예랑 시인의 시조는 주부의 생활주변 대소사를 서정의 경지로 표상화 하는데 절륜의 수준을 보인다. 작품 모두가 시적 감각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을 시에 대한 관점과 가치기준의 측면에서 본다면, ①모방론적 관점 ②표현론적 관점 ③효용론적 관점 ④구조론적 관점 중, 손예랑 시인의 시조는 효용론적 경향이 두드러지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는 ‘생활시조’라는 점이다. 작품 대부분이 우리 생활주변에서 발견되는 시적 대상을 내면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700여년을 헤아리는 우리 시조보다 짧은 역사(526년)를 가진 하이쿠가 전 일본인의 하이쿠 생활화는 물론, 세계화된 지 오래다. 하이쿠의 작가만 해도 1,000만 명이 넘고, 세계 50여 개국에서 1,000만 명이상이 하이쿠를 즐기고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시조의 생활화를 추구하고 있는 손예랑 시인의 ‘생활시조’는 국내는 물론, 시조의 외연확대와 현대시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필자는 평설의 제목을 ‘시조時調의 생활화를 추구하는 절조絶調의 미학美學’이라 붙인 것이다. 시적 대상을 보는 손예랑 시인의 예리한 시적 감각과 통찰력은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조시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도치된 문장의 빈번한 노출과 연시조 구성의 다양화 문제를 시인의 연구과제로 남기고자 한다
-구충회의 〈시조時調의 생활화를 추구하는 절조絶調의 미학美學〉 중에서
손예랑 시인은 첫시조집 《가을장미》에서 자연물에 의탁하는 전통시조의 모티프 계승과 주부라는 자연인으로 탐색할 수 있는 부엌의 도구와 사상事象, 그리고 우리 주변에 존재하면서도 그 존재성을 잃고 있는 사물에 대한 관심으로 시적 생명력을 부여하는 한편 삶이라는 기본문제를 깊은 사유로 사색하며 나름의 독창적인 시조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되며, 특히 현대 자유시의 내재율을 현대시조의 내적인 율격에 접맥시키려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시조계에서 간과할 수 없는 존재임은 자명한 일이다.
-유한근의 〈전통시조의 모티프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