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연습은
생각 안 하는 연습
캐나다 퀸즈대학교 연구팀(2020년)에 따르면 현대인은 하루 평균 6천여 개의 생각을 한다. 해야 할 일, 하지 못한 일, 누군가의 말 한마디, 과거의 실수,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한데 뒤섞여 쉼 없이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게다가 우리는 자주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어느새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감정을 휘두른다. 생각이란 원래 좋은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생각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못된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생각이 많아야 똑똑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시대를 살아간다. 고민하고, 계획하고, 분석하는 일에 능숙해야 인정받는다. ‘많이 생각하기’ 연습에 매진한 결과 우리는 번아웃, 만성 스트레스, 불안, 초조, 피로, 인지 과부하에 시달린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정 시간 생각을 안 하는 연습이다. 생각 안 하기는 무지하거나 게으른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훈련이다.
낙서로 머릿속 소음 흘려보내기
생각 안 하기로 이끄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낙서’다. 그림을 잘 그릴 필요도 없고 특별한 도구도 필요 없다. 어떤 종류든 필기구 하나만 있으면 된다. 종이 위에 선이든 도형이든 가릴 것 없이 그리고, 되는대로 색칠하면 그만이다. 낙서에서 중요한 건 ‘그저’ 손을 움직이는 것이다. 무엇을 그릴지 고민하지 않고 손가는 대로 흘러가게 두기만 하면 된다. 그 순간 우리는 머릿속 소음을 손끝으로 흘려보내게 된다.
스티브 잡스 역시 회의나 토론 중 종이에 무의미한 선이나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는 낙서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며, 번잡한 말들 속에서 마음을 다독였다. 비틀즈의 존 레논도 낙서를 즐겼다. 그의 일기와 스케치북에는 자유로운 선과 엉뚱한 인물로 가득하다. 음악과 글쓰기만이 아니라 낙서 또한 그에게는 무의식의 언어였던 셈이다.
낙서에 붙는 어떤 단어도 목적이 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창의력 훈련도 아니다. 사실 힐링이라는 단어조차 내려놓는 연습이다. 낙서를 하는 동안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 일체의 일렁임도 없는 시간을 갖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목적이다.
아무 생각 안 해도 괜찮다
어렸을 적 스케치북, 벽, 책을 가리지 않고 내 멋대로 그림을 그렸던 때를 기억할 것이다. 선 밖으로 색이 삐죽 튀어나와도 마냥 즐거웠던 때도 떠오를 것이다. 그 자유롭고 평온했던 감각을 다시 불러일으켜 주는 책이 바로 《생각 안 하기 연습》이다. 이 책 아무데나 열어 보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세계로 초대받을 것이다. 낯설지만 멋진 제안을 받게 될 텐데, 그대로 한번 해 보라.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앞에 펼쳐진 낙서 공간에 선 하나 점 하나를 그려 넣어 보라. 그 순간 우리는 놀랍게도 고요함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무언가를 잘해야만 의미 있다고 믿어왔던 당신에게 조용히 말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고. 기꺼이 아무 쓸모 없어 보이는 시간을 보내라고. 그저 낙서만 해도 충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