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작은 기적, 큰 희망
우리에게 ‘바다 끝 카페’가 필요한 이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과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한숨 돌릴 공간이,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절실하다. 《바다 끝 카페에 무지개가 뜨면》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퇴직 압박을 받은 중년의 남자, 경제 불황에 직업을 잃고 도둑질을 감행하는 칼갈이 등 이 책 속의 인물들은 전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절벽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이 소설은 삶의 파도에 휘청이던 이들이 우연히 바다 끝 카페로 모여들면서 시작된다.
일본 치바현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바다 끝 카페. 이곳에는 맛있는 커피와 음악을 선사하는 카페 주인 에쓰코 씨, 우락부락한 생김새와 반대로 섬세한 마음을 지닌 그녀의 조카 고지, 그리고 오른쪽 다리가 없지만 늘 반갑게 손님을 안내하는 카페의 마스코트 하얀 개 고타로가 있다. 에쓰코 씨는 첫 한 모금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특별한 커피를 내리고, 마치 손님의 마음을 읽은 듯 그 순간에 꼭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준다. 다정하게 미소지으며 손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넌지시 따뜻한 위로와 온기를 전해준다. 심지어 카페에 든 도둑을 다독이며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좋은 사람’을 되찾아주기까지 한다. 신기한 건, 무거운 마음을 안고 카페에 들어선 사람들이 에쓰코 씨의 마법이 깃든 커피 한 잔과 음악 한 곡을 마주하고 나면 하나같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곳을 나선다는 사실이다.
에쓰코 씨가 그랬듯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에는 누군가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가 된다. 이 소설은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믿고 싶은 사람, 지친 일상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사람, 더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작은 빛이 되어준다. 무너질 듯한 마음에 조용히 손을 내밀어 일어날 수 있게 해주고, 이윽고 용기를 내어 발걸음을 내딛도록 마법을 부린다.
더욱 특별한 것은, 소설 속 카페는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가 실제 치바현에 존재하는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직접 취재하며 영감을 얻어 구상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 특별한 공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소설 속 위로가 단순한 픽션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언젠가 치바현 바다 끝에 위치한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방문한다면 소설 속 감동이 현실로 이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끌어안는 순간
비로소 무지개가 뜬다
삶에서 얻은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그 상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끌어안는 것이다. 보기 싫은 나, 완벽하지 못한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실수할 자유가 없는 자유란 가치가 없다.” 작중 에쓰코 씨가 도둑질을 하러 몰래 카페에 숨어든 도둑을 부드럽게 다독이며 인용하는 간디의 말이다. 취업에 좌절하고, 사업에 실패하고, 빚더미에 올라서도 그 모든 실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며 그 실패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 자신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바다 끝 카페에서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듯이, 우리에게도 자신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품어줄 각자만의 바다 끝 카페와 에쓰코 씨가 필요하다.
남편을 일찍 여읜 에쓰코 씨는 남편의 그림 속 무지개를 직접 보기 위해 바다 끝 카페를 열었다. 하지만 무지개는 단 한 번도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폭풍우 치는 밤, 노년의 에쓰코 씨는 마음속 상처를 인정하고 온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끌어안은 뒤 비로소 평생을 기다려온 무지개를 마주한다. 평생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던 에쓰코 씨가 묻어두었던 자신의 쓸쓸함을 마주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다. 내 마음이 충분히 채워졌을 때 타인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 잠시 무너져도 괜찮고, 초라하고 쓸쓸한 내 모습을 인정해도 괜찮다. 폭풍우가 잦아들고 새벽이 오면 다시 희망의 무지개가 뜰 테니까.
《바다 끝 카페에 무지개가 뜨면》은 완벽하지 않은 나, 실패한 나, 상처 많은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 피어나는 용기와 희망의 무지개를 노래하는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은 다정한 시선으로 나와 타인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