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화 처음 보기』는 오랜 시간 잊혀져 있던 옻칠화의 맥을 되살리고, 이를 현대 회화의 한 장르로 정립하고자 하는 진심 어린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단순히 옻칠 기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한국 미술의 뿌리를 찾고 이어가는 데 필요한 역사적, 미학적, 실천적 토대를 모두 담아낸 이론서이자 실용서입니다. 이종헌·조해리 두 작가는 각자의 창작과 교육 현장에서 체득한 지식을 집대성하여,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전문 창작자에게도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탄탄한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옻칠은 강하고도 은은한 광택, 깊이 있는 색감,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발색을 통해 일반 회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미감을 선사합니다. 이 책은 그 미감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과 철학을 명료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특히 환경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예술 매체로서의 옻칠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현대 회화가 지나치게 소비적이고 빠르게 소모되는 시대에, 자연을 기반으로 한 이 느린 예술은 오히려 깊은 울림을 제공합니다. 『옻칠화 처음 보기』는 오늘날의 미술 창작과 감상에 새로운 시선과 대안을 제시하는 귀중한 참고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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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화에 대한 입문서가 발간된다니,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책을 펼쳐보니 옻칠은 다양하게 쓰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으로 목공예품의 품위를 높여주는 기능에만 머물지 않음을 먼저 발견하게 됩니다. 옻칠은 항균이나 방습 효과, 그리고 오염을 방지하는 기능을 목공예뿐만 아니라 금속공예나 도자기에도 사용했습니다. 또 창이나 화살촉, 화살대, 방패 등에 칠해서 단단함을 돋우는 데 사용해 왔답니다.
옻칠 그림이 고구려 후기 고분벽화 ‘통구오회분’과 ‘통구사신총’, ‘강서대묘’와 ‘강서중묘’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은 나도 생각지 못한 기법입니다. 이들 고분벽화의 사신도나 화려한 장식무늬들은 화강암 석벽에 직접 채색한 벽화입니다. 나는 2006년 강서대묘와 중묘의 벽화실태조사에 참여해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그 화려한 채색과 웅혼한 형상미가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로 선연합니다. 단순히 접착제의 사용만 살폈지, 옻칠은 잘 몰랐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회화 중 유일무이한 옻칠 벽화라니 기가 막힙니다. 이런 옻칠화의 전통을 20년 전 중국에서 옻칠화를 공부한 이종헌 같은 작가들이 귀국하면서 발견한 것입니다. 낯설기만 했던 옻칠화가 벌써 이들 작가에 의해 우리 회화의 한 장르로 당당히 뿌리를 내렸다고 봅니다.
옻칠화는 우리 민족 고유의 예술이었지만, 그 명맥은 어느 사이에 끊겼습니다. 현대로 올수록 옻칠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보다는 자개나 금박 은박 등의 배경이 되어버렸습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시연된 옻칠화의 아름다움과 그 전통이 처연할 뿐입니다.
『옻칠화 처음 보기』는 우리 민족 예술의 한 장르였지만, 그 맥이 완전히 끊어졌던 것을 회복하는 첫 이론서 격입니다. 또 이 책은 실전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사제 간인 이종헌 작가와 조해리 작가의 20년 경륜을 쏟은 결과물입니다. 옻칠화 전통을 되살림, 그것만으로도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진심으로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이를 공부한 우리 시대의 옻칠화가들이 대거 배출되기를 기대합니다. ● 이태호 / 미술사가, 명지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