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목욕탕》 《나를 봐》 《벽 타는 아이》
어린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최민지 신작
하나부터 열까지, 아무리 그래도, 내 짝꿍은 너
서로 달라도 서로를 담는 아무리와 오모리 이야기
어느 날, 아무리 앞에 오모리가 나타났다
오모리는 살던 수족관에서 쫓겨났대요. 물고기들이 이유는 말해 줄 수 없다고 했지만, 오모리까지 있기엔 수족관이 너무 비좁았어요. 아무리는 오랫동안 짝꿍을 기다렸어요. 다른 친구들은 모두 짝이랑 방을 쓰는데 아무리만 혼자였거든요. 하지만 아무리가 원하던 짝꿍은 미끈거리고 장난기 심한 문어는 아니었어요. 게다가 좋아하던 문어 소시지도 못 먹게 되었고, 잠꼬대가 심한 오모리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은 자다 깼지요.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둘, 함께 살 수 있을까요?
들여다보면 들리는 너의 목소리
문어 짝꿍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선뜻 마음을 열기 어려웠지만, 아무리도 오모리가 싫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조금 내성적이고 속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아무리는 다정하게 자신을 챙겨 주는 오모리가 좋기도 했지요. 활발하고 명랑한 오모리 덕에 새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고요. 그런데 오모리의 마음은 아무리와 다른 것 같습니다. 짝꿍인 나보다 다른 친구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지요. 사실 오모리도 오모리대로 나름 속사정이 있었는데 말예요. ‘나’와 ‘너’, 한끗 차이로 대칭되는 글자의 생김처럼 한 번 어긋난 마음은 서로를 등지고 켜켜이 쌓여만 갑니다.
《오모리가 아무리》는 진정한 소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리는 자신의 말에 오모리가 대꾸를 하지 않으니 자신을 덜 좋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모리는 언제나 아무리를 향해 웃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놀 때도 아무리가 언제 오나 내내 기다렸지요. 그저 사람의 언어와 문어의 언어가 달랐을 뿐입니다. 진정한 소통은 말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연결되는 과정일 것입니다. 함께 손을 잡고 들어간 물속에서 아무리는 오모리가 방울방울 쏟아내는 말들을 듣습니다. 물방울 속에 담긴 마음을, 오모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온전히 보고 듣습니다.
맑은 마음으로 열어 가는 최민지 작가의 그림책 세계
《오모리가 아무리》는 한국 그림책의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최민지 작가의 일곱 번째 그림책입니다. 엄마 없이 혼자서도 와도 된다며 용기를 주는 《문어 목욕탕》, 즐거운 상상으로 방방곡곡 어린이들의 심심함을 타파한 《마법의 방방》, 언제나 너를 보고 있을 만큼 너를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해 주는 《나를 봐》, 어린이가 스스로 경계를 허물고 해방하는 《벽 타는 아이》까지 독창적인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이며 평단과 독자의 너른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최민지 작가는 ‘나에게는 독서의 의미가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작가의 그림책 세계에는 서로 달라도 서로를 담으며 연대하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혼자 온 아이의 등을 쓱싹 밀어 주는 문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함께 벽을 타는 아이들처럼 선선하고 유쾌한 이들이 서로 연대하며 외롭고 답답한 상황을 훌쩍 뛰어 넘습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맑은 마음으로 열어 가는 최민지 작가의 그림책 세계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가 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