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시대, 한국어 질병 표현을 다시 쓰다 - 『한국어 질병 표현 어휘 사전 제3권』
- 전염성 질환 2,000개 표현 수록… 팬데믹 이후 변화한 언어를 정리한 국내 유일 사전
- 코로나19, 독감, 식중독, 성병, 기생충 감염 등 일상 속 감염병 표현 총망라
이 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염병 관련 언어 환경이 급격하게 바뀐 시대 상황에 대응하여, 한국 사회의 일상 속 감염병 언어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국내 최초의 실용 사전이다. 약 2,000개의 질병 관련 표현이 수록된 이 책은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개인의 신체 경험이 어떻게 언어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이번 제3권은 호흡기 감염(폐렴, 독감, 코로나19 등), 위장관 감염(장염, 식중독, A형 간염 등), 피부 감염(수두, 무좀, 사마귀 등), 성병, 기생충 감염(회충, 요충 등)에 이르는 다양한 전염성 질환을 다루고 있다. 기존의 의학적 전문 용어 중심에서 벗어나, 환자·가족·의료인·일반 시민들이 실제 의료 현장이나 일상 대화에서 주고받는 한국어 표현을 망라하여, 의료 커뮤니케이션의 실질적 개선을 도모한다.
이 책은 명사뿐 아니라 동사, 형용사, 속담, 은어 등 다양한 문법적 범주를 포괄하며, 각 어휘에는 간결한 정의와 함께 일상적 상황 속에서의 구체적인 용례가 제공된다. 예컨대 ‘숨이 차다’, ‘기운이 없다’, ‘몸살이 났다’와 같은 일상어부터 ‘몸이 으슬으슬하다’, ‘화끈거린다’와 같은 감각 표현까지, 질병 인식을 둘러싼 한국어적 감성과 사고방식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이 사전은 단어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감염병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 통증, 회복, 거리두기 등의 감정을 담은 언어를 정리한 문화적 텍스트”라고 설명한다. 단순한 어휘 집대성을 넘어, 감염병의 확산이 언어 사용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분석하며, 한국 사회의 의료 언어문화에 대한 반성적 시선을 제공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상화된 언어들-예컨대 ‘확진자’, ‘자가격리’, ‘무증상 감염’, ‘밀접 접촉자’, ‘코로나 블루’ 등-은 사회적 낙인(stigma)과 집단적 불안을 동반하는 언어로 변모하였으며, 이와 같은 언어의 사회적 함의도 본 사전의 항목 분석에서 주목된다. 이는 언어학, 사회학, 보건학, 인류학 등의 학문 분야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자료적 가치를 가진다.
『한국어 질병 표현 어휘 사전』 시리즈는 총 5권으로 구성된 장기 기획으로, 제1권은 심장·위장·호흡기 질환 중심의 주요 사망원인 질병, 제2권은 감기, 두통, 우울증 등 일상성 질환 표현을 다루었고, 이번 제3권은 전염병 언어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4권은 연령·성별·사회적 특성별 질병 표현, 제5권은 방언 속 질병 표현을 다룰 예정이며, 시리즈 전체는 한국 의료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질적 전환을 위한 실용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정확한 소통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 사전은 환자의 고통을 더 정확하게 설명하고, 의료인의 판단을 돕는 언어적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일반 독자들에게도 의료적 자기표현의 도구로 기능하면서, 질병을 둘러싼 언어적 민감성과 배려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