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사절, 탐험가, 가족, 통역사, 지식인, 노예……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만나는 대항해 시대의 아메리카 원주민들
유럽의 정복자와 탐험가들이 새 땅과 자원을 찾아 돌아다니던 대항해 시대,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향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피정복지의 약자로서만이 아니라 외교사절이자 탐험가, 중재자, 그리고 유럽인들의 가족으로서 다양한 삶을 살아갔다. 이들 중 다수는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기록들은 노예가 된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수없이 법정에 서고, 변호사를 고용하며, 국왕에게 적극적으로 탄원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외교사절로서 당당하게 유럽의 왕궁에 입성한 원주민 귀족들은 왕이 통치하는 식민 제국에서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고, 때로는 유럽인들과 동맹을 맺어 다른 지역 탐사에 동행하기도 했다. 가령 스페인의 정복자 코르테스와 손을 잡고 아즈텍-멕시카를 무너뜨린 틀락스칼라인들은 정기적으로 스페인에 사절을 보내서 자신들이 세운 공(功)을 상기시켰다.
자신들의 타고난 지위나 능력을 이용해서 유럽과 아메리카라는 두 세계의 다리가 된 이들도 있었다. 의학 혹은 언어, 신학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책으로 정리하여 유럽에 전파했다. 원주민 의사 마르틴 데 라 크루스의 “인디오의 약초와 약에 관한 소고”는 스페인과 영국의 왕실, 로마 교황청에 소장되었고, 앨곤퀸 원주민인 만테오는 영국의 박식가 토머스 해리엇과 함께 앨곤퀸어를 문자로 기록했다. 또한 두 개 이상의 언어에 능통했던 중재자들은 통역사로 활약하면서 두 세계가 움직이는 방향을 조종했는데, 언어의 장벽이 큰 상황에서 그들이 미친 영향력은 매우 컸다. 마지막으로 유럽 정복자의 배우자나 그 혼혈 자식들은 유럽과 아메리카 두 세계를 오갔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유럽 왕실에서 유럽 귀족과 같은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들을 파고드는 것이 유럽과 아메리카의 조우를 이상화하려는 시도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인과의 조우 초기부터 착취 및 탄압을 당했지만, 동시에 자기 삶의 주체로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의 흔한 인식과 달리 아메리카 원주민 역시 이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낸 것이다.
유럽인들의 관찰기부터 온갖 칙서와 청구서, 영수증까지,
행간을 읽어 되살리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역사
『야만의 해변에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자가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관련된 1차 자료들과 유럽인들이 남긴 자료를 샅샅이 뒤져 행간 읽기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왕의 칙령은 물론 다양한 기관의 회계장부, 청구서와 영수증은 유럽을 방문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름과 여정, 그들 삶의 조각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간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자료들을 토대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유럽에 왔고, 자신이 자유인임을 호소했으며,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성실하게 좇으며 여태껏 알려지지 않았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문자로 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기록이 드문 상황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는 일은 지워진 기억을 되살리고 한때 이곳에서 살아 숨 쉬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역사에 아로새기는 작업이다. 때로는 참혹하고, 때로는 엉뚱하며, 때로는 황당할 정도로 사치스럽고, 때로는 대담하기도 한 다양한 일화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에서 일군 삶이 결코 단일하거나 단순하지 않았음을 흥미롭게 드러낸다.
식민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 원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제국을 팽창시키면서 바다 건너 다른 지역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던 시기,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진기한 볼거리로 여겼다. 캐나다의 이누이트족에서부터 브라질의 투피남바족, 타바자라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수집가들의 “수집품 목록”에 들었고, “인간 동물원”이나 “민속학적 전시”의 대상이 되었다.
문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행위가 여전히 공공연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 박물관에 전시된 원주민들의 유해는 계속되는 송환 요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유물 또한 유럽과 미국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렇듯 본래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유해와 유물은 식민화와 노예화, 이주로 이어지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역사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가 주류 역사에서 쉬이 배제되거나 억압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각주나 흥미로운 일화에 머물지 않도록 귀를 기울여달라고 요청한다. 희미한 흔적만을 남긴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할수록 공백으로 남은 자리가 메워지리라는 것이다.
이 책은 세밀한 자료 조사 끝에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당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에 목소리를 제공한다. 대서양을 오간 아메리카 원주민 모험가들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역사의 시각을 뒤엎고 양방향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새 역사를 제안한다. 탄탄한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되살려낸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모습은 생기 넘치게 살아 움직인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역사의 중심 인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원주민들을 최초로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아메리카 원주민을 역사의 주변인이 아니라 중심 화자로 위치시키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강력 추천한다. ─ 피터 프랭코판, 『실크로드 세계사』의 저자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본 유럽에 대한 흥미진진한 폭로이자, 서사적이면서도 친밀한 식민지 역사 이야기. 유럽 중심주의를 벗어나기 위한 완벽한 가이드이다. - 애덤 러더포드, 『편견 없는 유전자』의 저자
아메리카와 유럽의 첫 접촉이라는 역사적 사건뿐만 아니라 근대 세계의 기원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기념비적인 발굴 작업이자, 고된 연구와 유려한 문장으로 이루어낸 최고의 성과. - 「파이낸셜 타임스」
잊힌 역사를 복원하는 책. 사례들을 파헤쳐 이토록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새로운 역사를 제시한 작품은 이제까지 없었다 - 「가디언」
혁신적이고 강력한 설명으로 해묵은 역사적 가정을 무너뜨린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불분명한 원고에서 발굴해낸 인디저너스들의 경험은 유럽 중심적인 역사에 절실히 필요한 새로운 이야기이다. - 「타임즈 오브 런던」
놀랍도록 공정하고 균형 잡힌 이야기이다.……역사는 응당 이런 방식이어야 한다. - 벤저민 제퍼나이아, 시인이자 배우, 정치 활동가
유럽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아메리카 대륙의 위대한 운명이 유럽을 “발견”한 방식을 보여준다. 중요한 책이다. - 「인디펜던트」
주목할 만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잊힌 과거의 한구석이라는 이 특이한 역사 속에는 즐길거리가 많다. - 「데일리메일」
전문적이면서 설득력 있으며, 박식하면서도 친근하다. 새로운 독자들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경험을 접할 수 있는 책. - 「히스토리 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