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교장 선생님께 벌을 받아 〈라 실피드〉 공연을 못 보게 되어 잔뜩 풀이 죽은 셀레스틴. 셀레스틴과 함께 공연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이리스는 열세 번째 계단을 밟으면 불운이 찾아온다는 말과 함께 오페라 극장에 얽힌 무시무시한 소문을 이야기한다. 때마침 셀레스틴과 같은 하숙방을 쓰는 아델이 〈라 실피드〉에서 요정 역할을 맡게 되고, 셀레스틴은 “공연을 볼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셀레스틴은 사교계 아가씨로 분장하고 관객들 틈에 껴서 극장 안으로 들어온 뒤, 아무도 앉지 않는 불운의 13번 좌석에 앉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공연 당일, 백발의 남자와 연녹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살그머니 뒤따라가던 셀레스틴은 거짓이 탄로 날 위기에 처한다. 그때 경비원인 파르두 씨의 도움으로 무대 위 공간으로 올라간 셀레스틴은 무대 바로 위쪽 덮개를 열고 카를로타 참벨리가 등장하는 〈라 실피드〉 빠짐없이 보게 된다. 그런데 막간이 끝날 무렵, 카를로타 참벨리가 불운이 닥칠 것 같다며 무대에 오르는 걸 거부하고, 그 이유가 경비원에게 성공의 마법을 듣지 못했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1시간 넘게 이어지는 막간, 과연 카를로타 참벨리는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셀레스틴은 비록 무대 위에서라도 〈라 실피드〉 공연을 끝까지 관람할 수 있을까?
■ 꿈을 꾸고 도전하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책
“아이의 몸짓이 정말 우아해요. 파리 오페라 발레 학교에 꼭 데려가 보세요!”
부유하지도 않고 잘난 것도 없는 평범한 아이에 불과했던 셀레스틴은 엄마의 세탁소 단골손님인 에메 씨의 말 한마디에 발레리나의 큰 꿈을 품게 된다. 에메 씨는 셀레스틴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카를로타 참벨리에 대한 기사가 실린 신문을 가져다주는가 하면, 승강장까지 찾아와 자신이 신던 빨간 토슈즈를 선물하며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책 속에는 에메 씨 외에도 셀레스틴의 꿈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발레리나이자 발레 학교 교사인 로시타 마우리는 셀레스틴의 기를 북돋아 준 훌륭한 스승이 되어 준다. 경비원인 파르두 아저씨는 서툴지만 따뜻한 배려로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셀레스틴에게 한 줄기 희망을 선사한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바꾸는 것은 온전히 주인공 셀레스틴의 몫임을 이 책은 또렷하게 알려 준다. 이와 더불어 행운을 잡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으며,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과 발전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게 된다는 사실도 알려 준다.
아직 꿈을 품지 못했거나 꿈이란 단어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어린이도 있을 것이다. 꿈조차 꿀 수 없는 환경을 원망하고 있거나, 노력해도 꿈이 저 멀리로 달아나는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있는 어린이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셀레스틴의 용기와 도전, 경쟁과 우정의 이야기를 통해 “꿈을 향한 여정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며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는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꿈에 대해 생각해 만드는 뜻깊은 자극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실존 인물과 장소를 통해 프랑스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책
역사에는 시대상을 반영한 문화와,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문화의 중심에는 예술이 있다. 따라서 역사 속 실존 인물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역사는 물론 그 시대 사회와 문화, 예술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는 파리 오페라 극장, 에펠탑, 마르스 광장, 트리니티 성당 등 마치 19세기로 돌아간 듯 느낄 정도로 수많은 건축물이 등장한다. 또한 ‘요정들의 궁전’이라 불리던 오페라 극장을 설계해 프랑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발레리나 클레오 드메로드, 시선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몸짓으로 〈라 실피드〉를 공연했던 카를로타 참벨리, 오페라 극장의 대표이자 발레 학교 교장이었던 페드로 가이아르, 발레리나 로시타 마우리 등 실존 인물들도 등장해 주인공의 꿈을 향한 여정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뿐만 아니라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만국박람회에서 선보인 각 나라의 신기술과 놀라운 발명품을 통해 19세기 말, 프랑스의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다.
■ 발레리나를 꿈꾸는 어린이라면 반드시 잃어야 할 책
많은 사람이 예술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예술에 흥미를 갖는다면 삶이 더욱 다채롭고 풍부해질 것이다. 예술에 대해 이해하고 교양을 쌓기 위해서도 책 읽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19세기는 발레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며 주제와 스토리도 다양해졌다. 여기저기 발레 극장이 세워졌고, 사람들은 발레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클레오 드메로즈가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시기 발레를 통해 수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귀족들은 화려한 옷차림으로 정기적으로 오페라 극장을 찾아와 거의 모든 발레 공연을 보러 왔다. 바로 그때 샤를 가르니에의 탁월한 건축 감각이 돋보인 파리 오페라 극장은 ‘요정들의 궁전’으로 불렸으며, 발레리나를 꿈꾸는 모든 아이들의 꿈이자 희망의 터전으로 발전했다.
이 책은 주인공이 자신의 힘으로 발레리나의 꿈을 이루어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따라서 ‘앙트르샤’, ‘피루엣’, ‘파르되’ 등 많은 발레 용어가 등장한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각각의 발레 용어에 각주를 달아 두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용어를 아는 것만으로도 발레에 대한 관심이 한층 깊어질 것이다. 발레리나의 꿈을 품고 있다면, 꼭 발레리나를 꿈꾸지 않더라도 예술의 영역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길 원한다면 지금 바로 ‘필독’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