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계속되는 한, 종말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전 지구적인 핵전쟁 이후, 인류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마지막 남은 생존자들은 호주 멜버른에 모여 살아간다. 방사능은 북반구에서부터 점차 남반구로 내려오고,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끝이 가까워온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정원을 가꾸고,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고, 사랑을 나눈다. 죽음을 앞에 둔 이들의 평범한 일상은 그 자체로 서글픈 아름다움이며, 침묵 속에 진동하는 절망과 희망의 공존이다. 이 희곡은 그러한 긴장과 불안, 체념과 애정을 고요한 언어로 풀어낸다.
박주영 작가는 원작의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연극적 상징과 함축을 더해 약 400페이지 분량의 소설을 2시간 남짓한 무대극으로 완성했다. 그 결과, 더욱 압축적이고 밀도 있는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존엄, 끝을 앞둔 자의 선택, 그리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엘리엇의 시에서 시작된 절망의 아름다움
작품의 제목은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인 T. S. 엘리엇의 시 〈텅 빈 사람들(The Hollow Men)〉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 쾅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
원작자 네빌 슈트는 이 시에 감명을 받아 〈On the Beach〉를 집필했다고 전해진다.
희곡에서는 이 문학적 배경이 하나의 주제 의식으로 이어지며, 원작 소설과 시, 그리고 현대 극작의 만남이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공연과 수상, 그리고 희곡으로의 재탄생
이 작품은 2022년 극단 배다의 제작으로 영등포아트홀에서 초연되었으며,
2025년에는 서울연극창작센터의 시범 공연으로 선정되어 다시 무대에 올랐다.
장한새 연출은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젊은 연극인상’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공연을 관람한 이들에게는 여운을 다시금 되새길 기회를, 아직 작품을 보지 못한 독자에게는 읽는 것만으로도 무대 위에 선 듯한 몰입감을 선사할 희곡집.
읽는 순간, 종말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희곡출판 김호준, 초판 한정 특별 구성
이번 희곡 출간을 기념하여, 초판본에 한해 특별 제작한 ‘명함형 책갈피’가 한정 수량으로 제공된다. 책 표지 디자인을 그대로 축소해 정교하게 제작된 이 책갈피는 오직 초판에서만 제공되는 구성으로, 연극 애호가와 책 수집가들 사이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한정 수량으로 제작된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다. 잊지 말고 지금, 서점에서 이 특별한 종말의 이야기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