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대, 방향을 잡아 줄 나침반은
결국 ‘사람다운 태도’다
트랜스휴먼이나 포스트휴먼의 등장까지 논의되고 있는 지금, 앞으로 그 어떤 세상이 와도 AI와 사람을 구별하게 해 줄 사람의 고유함이 과연 존재할까? 공자는 사람다움을 속성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사람의 본성을 먼저 정의하고 그로부터 사람다움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녀야 할 태도로부터 사람다움을 설명하는 것이다.”(26쪽) 1부에서는 “도덕과 신념 때문에 자기 이익을 희생하는 태도”(36쪽), “나를 위하듯 타인을 위하고 나를 소중히 여기듯 타인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49쪽),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자세”(42쪽) 등, 사람 고유의 속성들을 《논어》 속 여러 구절과 함께 살핀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다움을 질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필요하다. 2부에서는 공자의 ‘의(義)’ 개념을 담고 있는 《논어》의 구절들을 살펴본다. 공자는 “군자는 천하의 일을 대함에 무조건 ‘이것이다’, ‘저것이 아니다’ 하지 않는다. 오직 매사를 ‘의(義)’에 견줄 따름이다”(62쪽)라고 말한다. 이 ‘의’에는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 스스로 가장 옳다고 판단되는 길을 성찰하고 실천하는 것, 그것이 ‘의’이고 ‘올바름’이다.
특히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할수록 윤리적 문제의 층위가 복잡해지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그럴수록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이 옳은지, 내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는지를 묻고 성찰해야 한다. 물론 옳고 그름의 기준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의롭지 못한 세상에 타협하는 것,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73쪽) “작은 이익을 탐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82쪽) “여러 사람이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며, 여러 사람이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93쪽) “책임질 수 없는 일에는 개입하지 마라”(96쪽)와 같은 《논어》의 구체적 가르침들은, 어느 쪽이 맞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선택의 순간마다 마음의 중심추로 삼기 충분하다.
시대를 가로지르는 관계의 윤리,
기술을 초월하는 배움의 태도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건 AI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공자는 “예(禮)를 모르면 온전한 인간으로서 홀로 설 수 없다”(120쪽)며 ‘예’를 인간관계의 기본 뿌리로서 강조했다. 공자가 말한 ‘예’는 단순히 도덕적 관행이나 종교적 의례 같은 절차나 형식만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나와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타인을 존중하고, 그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태도를 뜻한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자애로움,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효도, 임금과 신하 사이의 의리, 친구 간의 믿음”은 모두 “하늘의 이치가 인간사에 투영된 것”(121쪽)이며, 곧 사람이라면 지켜야 할 윤리의 핵심이었다.
《논어》에는 인간이 맺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공자의 여러 조언이 담겨 있다. 물론 그 가르침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부모 자식의 관계는 세부적인 양상은 변했을지언정, 그 본질은 같다”(122쪽)는 저자의 말처럼, 그동안 인류가 여러 시대를 거쳐 온 동안에도 부모와 자식 사이, 스승과 제자 사이, 친구 사이, 연인 사이 등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관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3부에서는 공자가 말한 ‘예’의 개념을 중심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관계를 구축하는”(123쪽) 방식을 생각해 본다. 저자는 특히 기계, 트랜스휴먼, 포스트휴먼 등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 맺음까지 고려해야 할 미래 사회일수록, 공자의 ‘예’가 주는 의미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4부에서는 공자의 ‘지(智)’를 중심으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과 직장인, 그리고 배움을 멈추지 않으려는 모든 이에게 특히 중요한 논어의 구절들을 살핀다. 《논어》의 첫 문장은 “배우고 때에 맞게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로 시작할 정도로, 공자는 ‘배움’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AI의 압도적인 능력 앞에서 과거 우리가 외우고 배워야 했던 내용은 점차 효용을 잃고 있다. 그 어떤 것에 관해서든 AI에 질문하면 1초 만에 답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배워야 할 것은 인터넷과 AI가 제공하는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를 분석하여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 중요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안목”(179쪽)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지식과 정보에 대한 나의 태도가 중요해졌고, 또 무엇을 공부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공부하느냐”(179쪽)야말로 지금 우리가 직면한 핵심 과제인 것이다. 공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식 자체보다 배우는 자세와 앎의 본질을 성찰해 왔다. 그 가르침은 ‘AI 시대의 배움’에 대해서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통하는
공자의 소박한 격려, 논어
AI 시대라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기 앞에서 ‘사람’ ‘올바름’ ‘관계’ ‘배움’을 고민하는 이유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하나의 물음으로 수렴될 것이다. 5부에서는 여전히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논어》의 여러 구절을 짚어 본다.
인생에 대한 2500년 전의 조언이 지금도 유효할까? 공자는 “치우치거나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최적의 지점”(242쪽)을 뜻하는 ‘중(中)’을 잘 잡아야 한다” “술을 비롯해 절제가 필요한 모든 일에 대해서는 적절한 순간에 잘 멈추는 일을 ‘습관’으로 만들어 몸에 깊이 새겨 놓아야 한다”(251쪽) “쓸모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하지만 그 쓰임에 자신을 가둬 놓지 말라”(253쪽) 등 여러 가르침을 주었다. 이 조언들은 전혀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이처럼 평범한 사람의 일상과 긴밀히 닿아 있는 공자의 소박한 가르침들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공자가 죽은 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공자의 말은 생활의 지침이 될 수 있고, 하루하루의 격려와 위로가 될 수 있다.”(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