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세계를 응시한 인류의 기억이다
풍경은 무엇을 말하는가? 풍경은 인간의 기억과 역사, 감각과 정신이 새겨진 깊은 층위의 표상이다. 저자 김성도는 풍경이 단순한 배경이나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과 세계를 연결하는 깊이 있는 사유의 공간임을 밝히며, 풍경을 통한 정신적, 문화적 배경과 풍경의 미래를 탐색한다. 책은 인간이 풍경을 어떻게 경험하고 이해하는지를 철학, 미학, 인문지리학, 환경윤리학 등 방대한 인문학적 관점에서 다룬다.
풍경은 ‘보는 것’을 넘어, ‘기억하는 것’ ‘사는 방식’ ‘내면의 시선으로 세계를 재구성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정원에서 시작해 폐허에 이르기까지, 산수화와 대기의 존재론을 거쳐 인류세적 생태 위기까지, 풍경을 둘러싼 거의 모든 인문학적 담론을 살펴보며 풍경을 인간 문명이 남긴 기억이자 윤리적 질문으로 접근한다.
제1장에서는 인간 내면의 정신성과 풍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정신적 성장을 논의하며, 풍경을 정신적, 문화적 표상으로 분석하고 마음과 풍경의 관계를 탐색한다. 또한 걷는 행위와 같은 신체적 체험이 풍경과 맺는 관계를 강조하며 풍경이 인간의 시각과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제2장에서는 정원 풍경을 통해 유토피아적 풍경의 비전과 현실의 접점을 알아본다. 이탈리아의 아르카디아 정원을 비롯한 유럽 정원의 이상적 풍경에 대한 재현에서부터 아랍과 페르시아 정원의 구조와 미학, 동아시아 정원의 공간적 철학인 ‘차경’의 미학까지, 동서양 풍경의 시원과 정원의 미학을 폭넓게 다루며, 이를 통해 정원이 단순한 조경물이 아닌 인간의 이상과 우주관을 담은 공간임을 설명한다.
제3장에서는 풍경의 의미를 언어와 기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며, 풍경이 어떻게 문화적 의미를 생산하고 서사성을 지니게 되는지 분석한다. 또한 동아시아 산수화 전통과 같이 풍경이 지닌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를 강조한다. 제4장은 풍경이 지닌 윤리적 차원과 공동체성을 다루며, 풍경을 공공재로서의 의미에서 논의한다. 현대 환경윤리학과의 관련성을 통해 풍경 윤리의 필요성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조건을 제시한다.
제5장에서는 대기의 풍경과 인간의 영성적 관계를 연결 짓는다. 인간 숨결과 기상학적 상상력, 분위기의 존재론과 미학을 논하며, 풍경 속에서 영성적인 체험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제6장에서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생태적 위기와 인류세 시대의 풍경을 다루며, 폐허의 미학과 생태 친화적 풍경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인류세 시대의 문제를 인식하고, 인간과 자연의 지속 가능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생태적 풍경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 모든 논의 위에서, 저자는 ‘풍경의 미래’를 묻는다. 인류세 이후의 세계에서 풍경은 어떤 윤리적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가? 풍경은 자연과 인간 사이에 맺어야 할 새로운 계약이며, 공동체를 상상하는 윤리적 공간이다. 『풍경과 인간』은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인간학적 성찰로, 우리가 어떻게 이 세계를 응시하고, 기억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