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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게 눈부시기

나쁘게 눈부시기

  • 서윤후
  • |
  • 문학과지성사
  • |
  • 2025-04-18 출간
  • |
  • 164페이지
  • |
  • 128 X 205mm
  • |
  • ISBN 978893204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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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더 이상 기억을 보존하는 것 혹은 특정 기억의 상실을 바라는 것 자체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나’는 여기에 없다. 그 대신 이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기억을 현재의 것으로 변환하려는 새로운 ‘나’의 모습이다.
-송현지, 해설 「우리들의 킨츠기 교실」에서

아름답고 쓸쓸한 고독의 입장
사람들과 빛이 한데 흘러가는 풍경의 보온

불행이 스스로 갖춰 입은 어둠을 눈부시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으니까
이야기마저 버리고 간 이야기는 누가 들을까
나는 어디에 묻은 얼룩이라 지워지지도 않고
희박해지는 풍경 속을 헤매고 있을까
-「조용히 분노하기」 부분

햇빛이 관념적으로 연상시키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밝음, 따뜻함, 회복, 희망, 진리. 그러나 이를 반박하듯 시인은 “햇빛이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니라면”이라는 가정을 달고 1부를 연다. 서윤후의 시는 막연한 다정을 지운 채 나를 움직이는 아름다움이 품은 ‘치명’을 이해함으로써 세계를 재조직한다. 과거에 펴낸 시집에서 시인은 소년과 노인 화자를 통해 시간을 일주하고 상처의 속살을 열거나 굳히며 성숙해왔다. 마침내 현재 시점에서 존재의 변형 없이, 지나온 어둠을 반추하는 그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어떠한가. 시인은 아름다워서 눈부신 동시에 현상을 직시할 수 없게 만드는 빛의 속성을 감지한다. “손전등을 가지고 있었지만/가볼 만한 어둠이 없”어서 “여전히 밝은 쪽에 서 있”는 ‘나’의 “두 눈을 향해” 스스로 “겨누어”보는 빛. “숨길수록 커지는” “숨을 곳이 의외로 많”(「흑백판화」)은 세계는 다시금 지울 수 없는 의심에서 출발한 긴 여정 속에 있다.
「나빠지길 기다린다」에서 “내가 아는 이야기를/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날”, ‘나’의 비밀이자 시원(始原)인 이야기들이 절대적으로 희소한 무엇이 아님을 알게 된 때의 미묘한 절망. 그러나 심상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 “계속 만들어지”는 균형이 있다. “여기저기 출렁이면서” “부러진 일순간을 잡아주”는 “세상의 부목”을 시인은 놓치지 않는다. “교회 전단지”와 함께 나눠 받은 “자일리톨 캔디”를 입에 물고 믿음마저 몰래 반으로 접었던 시의 화자가 끝내 마주한 것은 “자일리톨 캔디를 입에 물고/반으로 접은” “종이비행기 날리며 노는 아이들”이다. 그렇게 서윤후의 시는 절망 이후에 마주한 유희의 발견으로 “왔던 길을 다시 또박또박 걸어”간다. “갈 곳이 없어 오래 걷기로” “맑은 물이 담긴 눈동자를 흘리지 않으려”, 화자는 존재의 구멍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찡그린 얼굴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시원한 땅속을 걷는다”(「독화살개구리」). “풍경을 점거하기 위해” “외우고 있던 창문을 모두 깨뜨”(「하엽 시간」)린다.
이러한 깨어짐으로, 서윤후는 먼 길을 돌아왔으나 여전히 불가해한 시의 전면에 새로이 선다. 2부의 제목에서 보듯 “즐거운 난기류”에 부딪친 아이들의 종이비행기를 좇아, 스스로 들불을 기다리는 들판이 되어 “내가 한 번 더 사랑한 것들” “나를 한 번 더 죽이는 것들”(「그다지 슬프지 않은」)을 노래하는 동안 “이야기가 익어”간다. “비밀은 넓어질수록 편안해지는 법”(「겟세마네」)이라는 깨달음은 ‘나’로 한정된 세계의 바깥으로 독자의 시선을 돌리고, “들꽃”처럼 표표히 흔들리는 시상(詩想)으로 강렬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수많은 ‘나’
기억의 재생으로 그려낸 단 한 사람

방패연 나비연 가오리연 반달연 삼동치마연…… 그 사이로
나의 연이 창백하게 펄럭인다
주름을 당기며
기다린 시간만큼 실은 물레에 감겨 있어

바람을 기다린다

중심을 갖지 않으려고
끊어질 각오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은 어때?
-「유리가미」 부분

간절히 기다리지만 “한꺼번에 오지 않는 일” 그리하여 “나의 슬픔을 아껴주”(「물길 빈티지」)는 시적 질료는 “내 기억의 뒤뜰에 모여” “연을 날리”는 사람들이 쥐고 있고, 형상화된 그들의 유희는 묵묵히 관찰하는 시인의 눈을 통해 “깨끗한 습자지 한 장”(「유리가미」) 위에 씌어진다. “깨진 것 중 가장 날카로운 유리가미(‘가미’는 연싸움을 할 때 실에 입히는 유리 혹은 사기 가루를 가리킨다)를” 골라 절망에 맞서는 화자의 태도는 깊은 울림을 준다. “끊어진 연을 주우러 또 올”지 모를 사람들을 기대하며 서윤후 시의 화자는 영혼의 뒤뜰에 제 몫의 연을 들고 서 있다. 온 힘을 다해 “끊어질 각오로”, 기다림을 다시 기다림으로 이으며.
이야기가 말라버린 자리에서 고독이 피워 올린 기억들은 잃어버린 아이(였던 ‘나’)를 찾아내고, 풍경에 스며 있던 사람들을 찾아낸다. 시간이 은폐한 ‘비어 있는 숲’을 거닐며 서윤후 시의 화자는 아마도 생명의 새로운 시작이자 꽃눈일 “가장 뾰족한 것을” 찾아 “쏟아지는 햇빛”과 싸운다. 자리에 “오롯이 멎”어 “시간을 완성”한다. 시인은 짧은 여름과 긴 겨울을 보내는 냉온대에서 우거지고 시드는 하록수림처럼 웅장한 윤곽을 그리며 “한여름에도 입김을 꿈꾸는 혼잣말이나 겨울에도 끝나지 않는 목마름”(「하록수림」)으로 시의 부재를 메워간다. 3부의 제목인 “아무도 없는 우리”는 시절마다 아로새겨진 무수한 ‘나’의 총칭이라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너와 나는 가야 할 길이 다르”므로, 만나고 헤어지는 사이에 ‘정전’을 겪으며, 더는 ‘우리’로 움직일 수 없는 서로의 행위를 견딘다. 그렇게 “우리가 없어도 계속 재생되는 것들”(「아무도 없는 우리」, p. 63) 속에서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단 한 사람”을 향해 나아간다. 다시 만나리라는 기약도 없이, 수많은 ‘나’를 상실한 상태에서 “약속의 묘지”(「오토리버스」)인 세계를 껴안는다. 슬픔의 “바닥을 겪고”「아무도 없는 우리」, p. 66) 더 높은 비상을 꿈꾸며, 이 시집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번져나”(「오토리버스」)간다.
4부의 첫 시 「킨츠기 교실」에서 깨진 접시를 “붙여 메우는” 공예 기법인 킨츠기는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강력한 상징으로 등장한다. 시인이 집요하게 추적해온 뒤엉킨 ‘나’들의 곁에서 같은 하늘을 공유한 사람들. “녹차밭 언덕에 누워 있는” 자신의 캐릭터를 그리고 “비웃지 마. 내가 스스로 넘어진 거야!”라 낙서한 선생의 수업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음의 산산조각을 이어 붙인 자만이 취할 수 있는 쓰라린 유머를 담고 있다. 앞서 1부에서 교회 전단지로 아이들이 접어 날린 종이비행기는, 정교한 공예로 재탄생시킨 깨진 접시를 빗댄 “영원히 날고 있는 비행접시”와 조응하며 시인이 올려다본 하늘에 떠 있다. 이 긴 여정의 출발은 ‘혼자’였지만 대단원에 이르러 ‘함께’로 이어진다. 시절마다 떨어뜨리고 온 ‘나’들을 기억 속에서 한눈에 알아보는 서윤후 시의 화자는, 나아가 ‘선생’처럼 균열을 품은 존재들을 알아보고 “빛이 도착하지 않는”(「나이트글로우) 곳에서 그들과 이마를 맞댄다. 어둠 속에서 서로의 이마가 충돌할 때 비로소 번쩍이는 빛. 흉터를 드러내는 킨츠기의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와 “이어 붙인 대로 다시 깨질 수 있”(「킨츠기 교실」)는 접시의 운명은 절박해서 더욱 빛난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송현지의 말처럼, “여러 ‘나’들의 합으로 이루어진 ‘서윤후식 우리’는 사라졌지만, 같은 문제를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이 모여 만들어진 새로운 ‘우리’를 시인은 내보인다”. ‘우리’에게는 제각각의 몸짓으로 뒤엉켜 함께 “끄덕여온”(「대공황」) 시간이 있다. “앉아 있던 자리에 돌을 올려두고 떠나면” “더 크고 무거운 돌을 올려놓”(「유리 문진」)는 누군가처럼, 홀로인 존재에 노크하는 사물과 타인이 수많은 ‘함께’를 이루며(「비로소 함께할 것」) “새로운 기다림을”(「귤 창고」) 연다. “날씨와 시간을 잃”(「만년작」)어도 “겨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을 하려고 가라앉지 않”(「시립수영장」)을 것이다. “가파른 언덕”([tsu])을 가르며 순응하지 않음으로써 침묵하지 않음으로써 새로이 씌어진 서윤후의 시는 나쁘게 눈부시다.


■ 뒤표지 글(시인의 산문)

우리를 지나온 표정들을 모두 그려 넣을 수 있을 만한 커다란 얼굴을 찾고 있다.
돌아보는 데 몇백 년씩 걸리는
눈물을 닦는 데 희대의 유머가 필요한 얼굴을

황량한 뺨 위로 떨어진 속눈썹 하나를 줍느라
그동안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찡그림을 보여준 것이다.
나는 그렇게 웃고 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햇빛이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니라면
근하신년
흑백판화
미도착
조용히 분노하기
무늬는 조금 더 걷고 싶어 해
나빠지길 기다린다
이야기의 괴로움
독화살개구리
사프란
햇빛 램프
하엽 시간
파본

2부 즐거운 난기류
고독지옥(孤獨地獄)
그다지 슬프지 않은
겟세마네
들불 차기
물길 빈티지
유리가미
대공황
사랑의 천재
블랙아웃

3부 아무도 없는 우리
아무도 없는 우리
아무도 없는 우리
겨울의 연인에겐 간단한 언어가 있다
견본 생활
체크인
겨울 밀화
오토리버스
여름 테제
망아와 유과
Glitter
얼어붙는 포옹들
님만해민
사랑이 보이지 않는 시대의 연인들
커다란 얼굴로부터
우연과 재회
하록수림

4부 여긴 따뜻한 이야기가 망쳐버린 혹한이었지
킨츠기 교실
유리 문진
여진 속으로
비산화
귤 창고
만년작
[tsu]
시립수영장
흑설(黑雪)
그라운드제로
영과 거품
나이트글로우
무조(撫棗)
비로소 함께할 것

해설
우리들의 킨츠기 교실·송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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