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신앙과 사랑의 의미를 모른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영혼은 얼마나 비극적인가?
믿음으로 향하는 내면의 혼란을 문학으로 그려낸 작품
《바라바》는 북유럽 문학의 거장 페르 라게르크비스트가 1950년에 발표한 20세기의 문제작으로, 스웨덴에서 출간되자마자 불어와 영어로 번역되었고, 1951년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작품이다.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의 내면 변화를 따라가면서 신, 인간, 숙명의 문제를 성찰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신앙과 사랑의 의미를 모른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비극을 장엄하게 펼쳐냈다고 인정받는다.
바라바는 예수가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 가까스로 처형을 모면한 산적이다. 석방된 바라바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라게르크비스트는 상상력으로 2천여 년을 거슬러 올라 예루살렘과 로마를 넘나들며 섬세하고 담담하게 그의 행적을 따라간다.
2천여 년의 시간을 거스르는 대담한 문학적 상상력
저주받은 운명의 바라바는 어떻게 믿음의 문제를 대면하는가
바라바의 어머니는 산적에게 납치된 후 바라바를 임신하는데, 바라바를 출산하고는 죽는다. 이렇게 바라바는 처음부터 저주받은 운명을 안고 태어난다. 자라서 산적이 된 바라바는 또 다른 산적(바라바의 아버지)와 결투를 벌이다 그를 죽이고, 감옥에 갇힌다. 그러다 석방된 후 예수가 처형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는 그 장면에 묘한 끌림을 느끼지만 그 힘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규명하지 못한 채 방황하기 시작한다.
바라바는 여러 기독교인을 만나 보지만 쉽게 그들의 믿음에 동참하지 못하고, 세속적인 일에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다시 산으로 들어가지만 다른 산적들은 늘 고뇌에 찬 바라바가 불편하기에, 결국 산에서도 떠난다. 소설은 바라바가 신앙의 문제를 받아들이기를 고민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방황과 혼란의 과정을 계속 담아낸다. 결국 최후의 순간이 다가온다. 바라바는 어떤 사건에 휘말려 다른 기독교인들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형벌을 받는다. 이제 바라바에게 믿음의 문제를 회피할 시간이 더는 없다. 그는 최후의 순간 어둠을 바라보며 “당신께 내 영혼을 드립니다”라는 말만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믿음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 과정과 대상은 무엇인지에 대한 과감하고 폭넓은 질문
바라바의 마지막 말은 무수한 해석을 남겼다. 바라바는 끝내 믿음을 받아들이고 신앙인으로 거듭났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가 말한 대상이 ‘어둠’이기 때문에 바라바가 끝끝내 믿기를 거부하고 어둠으로 대변되는 혼란을 받아들였다고 볼 수도 있다.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통해, 작가는 믿음이 단순히 종교를 가졌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믿는지의 문제라는 점을 전한다. ‘신앙 없는 신자’, ‘종교적 무신론자’라 불리는 작가의 별명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믿음의 문제를 종교로 환원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질문해 공허한 인간 내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탐색하여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믿음에서 혼란이 사라지고 맹목의 자리가 점차 커져가는 지금, 《바라바》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시의성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