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사랑의 정의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야 할 책!
사랑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고전
“어린애한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보십시오.
꽃한테 왜 피었느냐고, 태양에게 왜 비추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막스 뮐러가 남긴 유일한 소설이자 사랑에 관한 불후의 명작
《독일인의 사랑》은 〈겨울 나그네〉의 작가로 알려진 낭만주의 작가 빌헬름 뮐러의 아들인 막스 뮐러가 1866년에 발표한 그의 유일한 소설이자, 사랑에 관한 불후의 명작이다. 작가보다 언어학자로서 더 많은 업적을 남긴 막스 뮐러의 작품이 오늘날까지 읽히는 이유는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인간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주인공 ‘나’와 심장병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소녀 마리아가 신분과 육체의 문제를 극복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마리아의 죽음으로 결국 이별하게 된다는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주인공 ‘나’와 마리아가 대화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죽음이라는 약속된 이별을 앞두고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는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삶이 끝나기 전에 사랑을 증명할 수 있을까? 함께할 수 없는 사랑은 가능한 것일까? 어떻게 서로를 영원히 소유할 수 있을까? ‘나’와 마리아는 이런 질문들에 답하며 결국 혼자 남게 되었을 때 어떻게 사랑하며 살 수 있는지를, 혼자인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지를 깨달아간다.
진실한 사랑을 했다면 이별 후라도
슬픔에 빠지지 말고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라
막스 뮐러는 ‘나’와 마리아의 대화 속에 사랑에 관한 철학과 종교적인 성찰을 가미하여 성숙한 사랑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이타적인 사랑으로 진실한 사랑을 했다면 슬픔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다.
작품 속에서 인용된 “너의 오빠라도 좋고 너의 아버지라도 좋다. 아니 너를 위해 세상 무엇이라도 되고 싶다”라는 문장이 그 메시지를 잘 표현해준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무엇이 되라고 요구하지 말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다. 사랑하는 두 사람 중 어느 한 명이 떠났더라도 말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란 쉽지 않지만 어떻게 사랑하며 살지, 이별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지는 선택할 수 있다. 《독일인의 사랑》은 어떻게 사랑하며 살지를 결정하고 싶은 사람에게 혹은 더 나은 사랑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따뜻하고 깊이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의 무엇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가
《독일인의 사랑》에는 실험적인 시도나 독자적 소설 기법, 드라마틱한 사건 전개 등이 거의 없다. 주인공 ‘나’가 ‘마리아’와 만났던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것이 사건의 전부다. 비록 여덟 개의 단원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이렇다 할 사건의 굴절이나 시간의 교체 등의 기교도 없다. 그저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연대기적으로, 어찌 보면 단조로울 정도로 잔잔하게 전개된다. 그러면 결함이라면 결함일 수도 있는 이런 단조로운 형식과 사건 전개에도 아랑곳없이 이 책의 무엇이 독자를 매료시키는 걸까?
첫째는 문체다. 막스 뮐러는 시인이 아니었지만 대표적인 독일 낭만주의 시인인 아버지 빌헬름 뮐러를 이어받아 마음 깊숙이 뿌리 내린 섬세한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감성적으로 표현해낸다. 또한 격정적인 수사나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지만 잔잔한 강물처럼 유려하게 흐르는 문체에 자신도 모르게 함께 흘러간다.
둘째는 주요 등장인물이 단 세 명뿐이지만 그들 모두 너무나 아름다운 인물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배려하는 사랑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간간이 떠오르는 주변 인물들 역시 아름다운 마음씨와 꿈을 지니고 있다. 어린 주인공에게 별하늘을 보여주는 어머니, 금팔찌를 아이들 장난감으로 선뜻 내주는 후작 부인 등 책 어느 구석에도 악인의 모습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읽는 이들에게 ‘세상은 살아봄 직하다’라는 긍정적 확신을 준다.
셋째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무게다. 막스 뮐러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씨 뿌리는 농부처럼 단 몇 알의 씨앗이라도 비옥한 땅에 떨어지면 천 갑절 결실을 맺으리라는 희망을 품고서”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사상, 즉 진정한 사랑의 인식이라는 씨앗을 도처에 뿌리고 있다. 작가는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회복하기 열망했고, 그 사랑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을 사랑의 중심부에 세우고 진지하게 모색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