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사 |
최순향
(사)세계전통시인협회 한국본부 이사장
우리 세계전통시인협회 한국본부의 회원이신 자담(紫潭) 이조경 시인께서
⟪우정의 날개로 시조, 대양을 건너》라는 시조집을 내시면서 축사를 부탁해오셨다.
이조경 시인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셨고, 본회에서 전통시번역 연구위원으로 시조 영역(英譯)에 큰 역할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
그동안 내가 보아온 자담 시인은 인품이나 일에 대한 열정 등 여러 가지 훌륭한 점이 많으시지만, 무엇보다 그의 시조가 뛰어난 점을 높이 사고 싶다.
평범한 일상의 소재들도 그의 철학적 사유를 거치면 깊이 있는 작품들로 태어나며, 이 시인은 그 능력이 탁월하다.
그의 작품은 읽는 이의 마음에 맑은 기쁨과 감동이 고이게 한다.
감정을 헤프게 풀지도 않으면서 과도한 이성으로 시를 죽이는 일도 없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들은 행간에 숨겨놓은 뜻을 더듬는 즐거움이 크다.
그만큼 가편(佳篇)이고 품위가 있다.
반가운 마음에 원고를 받아들고 단숨에 읽어보았다.
참으로 기쁘고 놀랍고 고마웠다.
바로 우리 회(會)가 지향하고 있는 바를 실천한 시집이었기 때문이다.
각 나라에는 그 민족과 함께 면면히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시가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왔다는 건 그만큼 그 나라 민족의 정서가 잘 녹아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나라의 정신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좋으리라.
우리의 전통시인 시조는 7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45음절 내외로 초ㆍ중ㆍ종장으로 되어 있으며, 종장 첫 구가 3음절 이어야 하고, 한두 음절의 가감이 용납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 세전시협 한국본부가 지향하는 바는 한국의 전통시인 시조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그 첫 번째요, 그 둘째가 다른 많은 나라들의 전통시도 우리가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다.
품위 있는 문화적 교류를 통하여 서로를 알아감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가 핵의 폐해로 멸망하고 인간의 생명이 무참히 살상되는 끔찍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믿고, 한 걸음씩 실천해 나아가고 있는 단체이다.
전통시의 교류라는 작은 발걸음이 에드워즈 로렌즈가 말하는 나비 효과의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
그리고 몇 차례의 국제 대회의 결과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이 시집은 한국의 이조경 시인이 미국의 로버트 깁슨 교수에게 우리의 전통시인 시조를 가르쳐서 3년여 만에 내놓은 합작품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런 스타일의 시집을 본 적이 없다.
참으로 색다르고 의미 있는 시도이다.
같은 제목으로 나란히 배치해 놓은 두 사람의 작품들을 보면 두 나라 정서의 차이가 느껴지고 접근해 나가는 방법도 다른 것을 볼수 있다.
예를 들면 〈딸〉이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이 시인은 ‘가슴에 보내는 빛살 탯줄로 이어지네’라고 노래한 반면, 로버트는 ‘내 곁에 신이 딸애 손끝에 신의 자비 계시네’라고 신에게 감사하고 있다. 동양은 나의 분신의 이미지이고 서양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얘기한다.
또 다른 작품 〈성공〉을 보면, 이 시인의 성공은, 자연과 더불어 책을 읽으며 하늘의 별을 바라 보며 안분지족하는 삶을 성공이라고 노래하는 반면, 로버트 교수는 과학의 힘으로 높이 솟은 빌딩과 황금만능의 세태를 보며 인간애를 그리워하고 있다.
〈일상〉을 비교해 보면, 이조경 시인의 일상은 대자연의 은총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잠깐 머물다 가는 손님으로 그리고 있는 반면, 로버트 교수는 미국 가정의 경쾌한 일상 풍경을 그리고 있다.
장미향과 꿀벌이 있고 팬케잌과 햄을 굽는 엄마의 노래가 있고 커피에 데인 손을 미풍이 식혀주는 구체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로버트 깁슨 교수의 작품을 조금 더 언급하자면, ⟪Sijo Friends》라는 작품을 소리 내어 읽어볼 때, 6줄 끝 단어의 각운이 모두 다 맞는 데서 오는 리듬감이 뛰어나다.
그의 시에는 이런 음악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
그 외에도 이 시집이 가지는 의미는 지대하다.
줌zoom 수업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가 가지는 의미를 확인하고 번역이 바로 되었는지, 영시가 요구하는 율격에 맞는지, 우리 시조의 조건에 합당한지 등을 논하며 조금의 허점이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참으로 감회가 깊다.
한국어와 영어가 나란히 번역이 되어 있는 이 책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어권의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도 시조가 어떤 것이며 어떤 매력이 있는지 나아가 한국 전통시에 대해 잘 이해하는 계기가되리라 확신한다.
글은 혼자서 쓰는 작업이지만, 그 결과물이 누군가 읽고 공감하고 감동하여 독자의 느낌으로 반응이 와질 때 비로소 의미가 완성된다 할 수 있다. 바라기는 이 시집이 여러 나라에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받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조경 시인과 로버트 깁슨 두 분의 앞날에 건강과 문운이 더욱 왕성하시기를 빌어드린다.
| 축사 |
구충회
시조시인, 문학박사
영문 번역 시조집 《우정의 날개로 시조, 대양을 건너》 상재(上梓)를 축하드립니다.
이 시조집은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여느 시조집과는 달리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이조경 시인님이 쓴 시조 50수와 미국의 대학교수 로버트 깁슨(RobertGibson)이 쓴 시조 50수를 합해서 만든 공저共著이기 때문입니다.
양국의 서로 다른 언어 체계를 극복하고, 한국의 전통시인 시조의 정체성은 물론 시조의 멋과 맛을 살려내려는 두 분의 시조사랑과 열정의 결과라 생각되어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은 3년이 넘도록 시조 창작의 길을 안내하고 가르쳐 주신 이조경 선생님과 가르침을 성실히 이행한 로버트 깁슨의 노력으로 맺어진 공동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놀랍고 반가운 일입니다.
이조경 시인님과 필자는 시천(柴川) 유성규(柳聖圭, 1930~2024) 박사님의 제자입니다. 그분은 ‘전민족 시조생활화’와 ‘시조의 세계화’를 위하여 일생을 바치신 시조 문학계의 거목이십니다. 이조경 시인의 이번 시조집은 유성규 박사님의 제자로서 스승의 높은 뜻을 실현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우리 시조 문학사에서는 ‘시조의 세계화’를 넘어 ‘시조의 우주화’를 예고하는 놀랄만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난 1월 15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사한 민간 우주기업파이어 플라이(Fire Fly)의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Blue Ghost)’가 45일 만인 3월 2일 오전 3시35분(한국시각 오후 5시35분) 달 표면의 목표 지점에 무사히 안착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필자의 시조 〈달에게〉를 포함한 우리 시조 8편이 시집 ⟪폴라리스 트릴로지(The PolarisTrilogy)》에 실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반포하신지 579년 만의 경사요. 시조 역사 700여년 만에 이룩한 쾌거입니다. 또한, 지구 역사 46억 년 만의 사건이기에 매우 놀라운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계기로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의 전통시인 시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시조 부흥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시조는 오랜 역사와 더불어 정제된 우리의 전통시이며, 소중한 언어예술입니다. 우리 민족의 애환과 사상·감정을 담아오면서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현대시조로 변환되어 창작되고 있는 독특한 문학양식이기에 너무도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따라서 우리 시조시인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이를 계승·발전시켜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갈고닦아온 형식미이자 율동 미학인 ‘3장 6구 12음보’라는 형식적‘틀’에 ‘현대성’을 담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시조의 멋은 이러한 형식미와 고도의 정제미에서 오며, 시조의 맛은 정서의 함축과 여운에서 옵니다. 또한 필자는 시조가 노년의 정신적 ‘치유 문학’이라는 점을 이 자리에서 밝히고자 합니다. 이는〈성공적 노화 관점에서 본 노인 시조의 주제 연구〉 등 박사학위 논문들이 이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초·중·종 3장 6구 12음보 45자 내외로 깔끔하게 완결하는 가장 정제되고 절제된 시조야말로 자유시의 방만한 병적 파토스(pathos)를 시조의 단정하고 균형 잡힌 에토스(ethos)로 치유하는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는 자유시와의 경쟁력 확보 차원이기도 하지만, 대외
적으로 중국의 한시(漢詩)나 유럽의 소네트(Sonnet), 일본의 하이쿠와의 선명한 차별성이며, 이는 바로 ‘시조의 세계화’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짧은 5·7·5조의 일본 하이쿠는 역사 500여 년가 우리 시조 700여 년보다 짧은데도 불구하고, 하이쿠 잡지가 1,000여 종이고, 작가가 1,000만 명에 이르며, 세계 50여 개국의 애호가가 1,0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미국, 독일, 프랑스에서는 하이쿠를 교과서에 싣거나 대학 교재로 활용하고 있으며, 캐나다와 네덜란드에서는 하이쿠 잡지를 발행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하이쿠가 영어로 번역되면서 영시(英詩)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고, 영문학을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니, 참으로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의 시조 현실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지경이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시조의 현대화, 시조의 생활화, 시조의 세계화는 우리 시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라 하겠습니다. 또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바 우선, 시조의 국가무형문화재 등록을 먼저 해야 하며,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 등록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이조경 시인님은 일찍이 한국 제일의 명문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하신 재원입니다. 졸업 후 교단(敎壇)에서는 실력과 인기 있는 영어선생님으로, 화단(畫壇)에서는 국제적인 화가로, 세계전통시인 협회 한국본부에서는 시조 번역연구위원으로 지금까지 맹렬한 활약을 하고 계십니다. 또한 한국의 시조에 매력을 느끼고 스승과 함께 시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로버트 깁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두 분의 시조집 상재를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시조의 세계화를 몸으로 실천하고 계신 두 분께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