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 자기모순 문학의 결정판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되지 못한 영혼의 처절한 독백
다자이 오사무는 본명 쓰시마 슈지로로, 마흔 살에 다마강 수원지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죽기 전 남긴 “태어나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은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 준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보다 멀쩡하고 부유한 삶을 살았지만, 술과 담배 등에 의지하며 스스로를 파멸로 내몰았던 삶. 그가 남긴 소설 《인간 실격》은 몰랐던 작가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가 되어 준다.
《인간 실격》에서 다자이 오사무는 주인공 요조를 통해 인간 존재와 세상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에서 요조는 인간 세상 속에서 자신을 타자, 즉 이방인으로 인식하며 세상과의 대립각을 세운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을 이해할 수 없었던 고립된 자아의 거리두기인 셈이다. 그런 이유로 세상을 인정하지 않고 멀리했지만, 인간과 세상에 다가가고자 하는 갈망 또한 그 안에는 자리 잡고 있다. 어린 시절 익살꾼 가면을 쓰고 필사의 연기를 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복잡한 내적 갈등은 요조의 삶을 고독과 혼란으로 물들였고, 스스로도, 타인에 의해서도 완전한 인간 실격자로 만들었다. 이 과정은 모두 세 편의 수기 속에 처절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이 독백들조차 자신을 ‘인간에서 실격했다’ 말하는 이유에 대한 완전한 해답을 들을 수 없기에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으로 남아 그의 절망적인 삶을 더욱 부각시킨다.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으로 다시 만나는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작이자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
《인간 실격》에서 다자이 오사무는 주인공 요조를 통해 자신의 깊은 고독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일본인의 정서를 이해하는 중요한 창을 열어준다. 특히 전후의 혼란 속에서 살아갔던 일본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한 《인간 실격》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며, 삶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작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인간 실격》을 코너스톤에서 194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를 그대로 재현한 고급 양장본을 출간했다. 여기에 안영희 교수의 작품 해설을 실어, 독자들이 작품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코너스톤의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을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위대한 고전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