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엄마에게, 엄마인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책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요즘 인기다. 어딜 가나 그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이유는 굳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우리 엄마 이야기, 그리고 엄마인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몇 권의 공저를 함께했던 작가들이 힘을 합쳤다.
우리 엄마가 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을 쓰자!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선물해 드리고 싶은 책을 쓰자!
혼자 책을 쓰는 행위가 빨간 장미 한 송이 같다면, 두 명 이상 모여 책을 출간하는 ‘공저’는 나무와도 같다. 같은 뿌리에서 나고 자란 서로의 글과 말에 공감을 흩날려 주며 울고 웃던 축적의 시간들이 마침내 존재의 열매로 맺혀 빛을 발한다.
“이 좋은 걸 왜 안 해요?”라며, 마음의 결이 비슷한 40대, 50대, 60대 작가들이 모였다. 5명의 작가 5개의 챕터. 사랑의 작대기를 그어 커플을 이루는 것 마냥 한 사람이 한 챕터씩 맡아 각 20편의 글을, 나의 엄마이자 우리 엄마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감고 명화와 마음을 펜으로 연결하여 써 내려 갔다.
그렇게 원고 작업을 진행하던 중 묘하게도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가 시작했고 5인의 작가들이 담고 싶어 했던 생각과 감정을 오케스트라 연주하듯 다 보여주고 있었다. 신께 ‘계시’를 받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엄마’라는 단어는 의기 투합한 작가들에게 짜릿함을 안겨주었다.
1장 ‘엄마’라는 단어에 묻어있는 감정들
엄마에게 하고픈 말, 하고파도 전하지 못하는 말을, 미처 토해내지 못한 숨에 진심을 담아 흘려보낼 수 있는 도구가 ‘편지’라고 생각했다. ‘엄마’라는 단어에 묻어있는 감정 단어들과 명화를 이어 편지를 쓰고 싶다는 욕심도 함께였다.
눈물로 글을 쓰고 감사로 마침표를 찍어준 이순자 작가의 테마다.
2장 엔딩 문장을 위해
1장의 편지글과 감정 단어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엄마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 뒤에 엄마는 무얼 하고 싶어 할까, 우리 엄마가 무얼 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엄마도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엄마에게 최강의 도움이 되는 글쓰기, 자연스레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베끼어 쓰는 ‘필사’가 딱이었다. 엄마의 손끝과 눈끝에서 마지막으로 가져가고 싶은 문장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다. 명화와 가치 단어 그리고 필사 문장을 하나로 매듭짓기 위해 한 자 한 자 공을 들였다. 하나의 문장을 창조하기 위해 열 개의 문장을 만들어 낸 신경미 작가의 테마다.
3장 둥글게 그리고 의연하게
편지를 읽고 문장을 필사하며 엄마와 딸의 마음에 벚꽃잎이 휘날리고 있으리라, 미소를 지었다. 서로에게 훈훈함이 생겼으니 대화를 주고받아도 괜찮겠다 싶었다. 모가 나지 않고 원만한 둥근 마음으로 그러나 서로의 의지는 굳세게 지켜가면서말이다.
‘질문’은 엄마를 천사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소녀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 마법과도 같은 도구다. 명화를 감상한 후 만들게 된 질문 20편이 엄마와 딸이 함께 가꾸어가는 정원이길 바란다. 꽃이 그려진 명화를 보면 떠오르는 향기와도 같은 사람, 김채완 작가의 테마다.
4장 문득, 다시 행복
백미정 작가의 테마다. 시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잔소리할 때는 직설화법을 쓰지만 사랑을 표현하기엔 서툰 딸인지라 시로 제 마음을 전하면 좋겠다는, 조금의 자기 합리화와 비겁함을 숨긴 채 작업을 이어갔다.
시를 쓰며 알게 되었다. 엄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부끄러운 딸의 고백을 대한민국 엄마들이 낭독해 주시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시를 낭독하고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로 소통하며 ‘문득, 다시 행복’을 느끼시길 바란다. 두 손 모아.
5장 엄마의 빈칸은 무엇인가요
60개의 엄마인 이정숙 작가가 40대, 50대로서는 표현하지 못했던 삶과 감정을 담담히 써 주셨다. 일제 강점기, 밥 동냥, 비녀, 바느질…. 쇠 냄새가 날 것 같은 단어들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했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 자신도 잊고 있었던 엄마의 빈칸을 채워 주시길 바란다. 엄마에게 ‘사람’이란, ‘마주 잡은 손’이란, ‘머리카락’이란, ‘고독’이란, ‘굳은살’이란 무엇인지?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이 책을 펼쳐보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그때도 우리는 엄마로 살고 있을 테니까. 그때도 우리는 우리의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