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인 것을 누리는 삶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향으로 나를 이끄는,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의 초대장이다.”
불쑥 떠오르는 삶의 질문에 어떤 답을 하면 좋을까 곤란한 얼굴이 되곤 합니다. 요가와 명상을 안내하며 남은 일상에는 글을 쓰는 작가 최예슬은 그때마다 시선을 먼 과거로 옮겨보았습니다. 어떤 계절의 흐름을 지나고 있는지, 변화하는 자연에 따라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흐르는지 곱씹다가 절기가 전해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는 “24절기를 챙기며 그 순간 제철인 것을 누리는 삶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향으로 자신을 이끄는,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의 초대장” 같다고 말합니다. 자연의 순리에 기꺼이 응하던 옛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빌려 보니, 지금 당도한 문제나 질문들을 나다운 방향으로 새로이 해석할 수 있던 거지요.
어라운드와 마음을 모아 만든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를 펼쳐봅니다. 한 해 동안 계절의 흐름을 온마음으로 기록한 최예슬의 문장은 사려 깊습니다. 낯선 감정이나 생각에 섣불리 이름을 붙이기보다, 나와 나를 둘러싼 자연에 시선을 거두지 않고 느긋하게 소화하려 애씁니다. 스물네 개의 절기마다 자신이 마주한 질문에 성실히 답하기 위해 옛사람들의 일상을 톺아본 그 덕분에, 우리는 지나간 걸음에서 미래를 나아갈 지혜를 건져낼 수 있습니다. 각 계절의 서문에는 사람과 자연이 둥근 모양으로 어우러지는 작업을 선보이는 일러스트레이터 곽명주의 그림을 두었습니다. 더불어 한 절기를 주제로 써 내린 에세이가 끝날 때마다 절기에 대한 설명도 간단히 곁들어 두었어요. 한 손에 가벼이 들어올 만한 책이기에 안팎으로 반복되는 계절에 대해, 그 시간을 응시하는 우리네 삶에 대해 오랫동안 어루만지며 곁 가까이에 머무는 책이 되어줄 거예요.
끝으로 최예슬은 말합니다. “둘러싼 세계의 바람과 햇살, 비와 아침, 눈과 석양을 관찰하는 동안 새로운 중력이 우리의 삶에 참여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더 자연스럽고 탁월하게 아름다운 세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요. 어림잡아 이주에 한 번씩, 새로운 절기가 찾아올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세계를 내어드릴게요. 봄이 한창 흐드러진 이맘때, 여러분과 절기를 따라 함께 걷고 싶습니다.
가장 깊은 밤이 도착하는 곳은 언제나 해가 길게 드리우는 자리, 무엇도 어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빛이 비출 때에는 조그맣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천진한 빛 속에서 고단해질 때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사려 깊은 어둠의 어깨에 기대어 쉬면 됩니다.
둘러싼 세계의 바람과 햇살, 비와 아침, 눈과 석양을 관찰하는 동안 새로운 중력이 우리의 삶에 참여하도록 여건을 만들 수 있다면, 아직 우리가 모르는 더 자연스럽고 탁월하게 아름다운 세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을 이야기하겠지요. 저는 저의 걸음으로 계속 걸어가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릴게요. 우리가 만나는 날, 따뜻한 돌멩이를 당신의 손에 건네게 되기를 바라면서요.”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