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춘홍 시인의 첫 시조시집 『회초리 연가』는 삶과 언어의 가장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존재론적 서정의 집약체다. 이 시집은 단순한 삶의 기록이 아니라, 고통과 침묵, 믿음과 사랑을 끌어안고 끊임없이 사유하는 시인의 내면 미학을 증명해낸다.
시인은 평생 교단에 몸담은 교육자로서, 제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와 사랑의 본질을 시조 형식 안에 절제된 언어로 새긴다. 『회초리 연가』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회초리’는 체벌의 도구가 아닌, 스승의 간절한 마음과 훈육의 은유로 재해석된다. 「시험 시간」, 「결과 반성」 같은 시편은 교육 현장에서의 상호 연민과 공감의 풍경을 정서적으로 구현해낸다.
삶과 죽음의 문제 또한 시인은 예리하게 응시한다. 특히 「추모」와 「눈물을 논하다」는 실존적 고통과 상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구원의 가능성을 슬픔과 기도의 언어로 끌어낸다. 그 언어는 억지로 울리지 않고, 조용히 번져나간다. 그것이 시인의 미학이다.
더 나아가 이 시집은 신앙과 구원의 서사로 자연스럽게 나아간다. 「산에 오르다」, 「광야를 지나다」, 「기도」 등의 작품은 성서적 이미지와 존재론적 각성을 통해, 시적 자아가 천상과 접촉하는 구도자적 여정을 보여준다. 이는 단지 종교적 고백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대한 근원적 탐구로 읽힌다.
『회초리 연가』의 서정은 어느 하나 꾸며지거나 포장된 문장이 없다. 시인은 오히려 삶의 땀과 주름을 그대로 쥐고 있는 시인이다. 그의 언어는 차갑거나 냉소적이지 않다. 대신 물근하고 따뜻한 감성, 그리고 끈질긴 기도의 숨결을 품고 있다.
결국 이 시조집은 단순한 미학을 넘어 발생론적 미학, 즉 시인의 삶과 존재에서 자연스레 솟구쳐 나온 진정한 서정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의 시조문학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회초리 연가』는 훈육의 시, 추모의 시, 기도의 시이며 동시에 회복과 구원의 시다. 이 언어들이 모여 하나의 시조적 신념을 만든다. 바로, “삶을 있는 그대로 껴안고도 여전히 시를 믿을 수 있는 용기” 말이다._ 윤삼현 |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