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조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켜왔는가
우리의 헌법 제1조는 살아 움직였다. 1974년 민청학련, 2004년 노무현 탄핵, 2016년 박근혜 퇴진, 2024년 윤석열 파면 사태까지 역사의 분기점마다 이 조문은 촛불과 함께 울려 퍼졌다. 이 책은 말한다. “우리는 헌법 제1조를 부적처럼 외워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을 노래하고 실천해야 한다.” 『헌법 제1조, 파시즘을 쏘다』는 헌법 제1조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상징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파시즘에 맞서는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여러 사례와 역사를 들어 증명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이라는 특정 시공간을 넘어서, 세계 15개국의 헌법 제1조를 함께 살펴보며 묻는다. “당신들의 제1조는 무엇을 지켰는가, 혹은 무엇을 무너뜨렸는가?”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러시아, 멕시코, 이란, 이탈리아, 인도, 중국, 남아공…. 그들의 제1조는 민주주의를 선언했지만 실천하지 못하거나, 공화제를 명시했지만 실제로는 독재를 허용하거나, 인권을 말했지만 특정 계층만을 보호해온 역사를 품고 있다. 15개국 헌법 제1조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사태와 ‘자유’라는 이름의 파시즘
『헌법 제1조, 파시즘을 쏘다』는 헌법 제1조가 단지 한 줄짜리 문장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과 권력의 근거, 국민의 주권을 규정하는 가장 본질적인 문장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한국뿐 아니라 세계 15개국의 헌법 제1조와 함께 비교해 살펴본다. 여기에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인도, 남아공 등 정치체제와 역사, 문화가 다른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어떤 나라는 헌법 제1조에 인권을 명시하고, 어떤 나라는 여전히 군주를 국가의 상징으로 규정하며, 어떤 나라는 ‘인민 민주 독재’라는 표현으로 권력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헌법 제1조들의 비교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방식’이 국가마다 달라지고 있지만, 그 근원에는 여전히 파시즘적 기질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권의 ‘계엄령 선포’ 시도는 단순한 국내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과 파시즘의 흐름 속에 있는 하나의 사태로 읽어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은 ‘헌법 제1조’를 통해 민주주의의 현실을 묻고, 각국이 그 조문 아래 어떤 사회를 만들어왔는지 따져 묻는다.
우리는 왜 지금 ‘헌법 제1조’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
15개국의 헌법 제1조를 제정 연대별, 지역별로 분석한 이 책은, 국가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선언하고, 실제로 어떻게 그것을 배신하거나 실현했는지를 비교하는 최초의 시도 중 하나이다. 이는 단순한 법률 비교가 아니다. 헌법 제1조는 그 나라의 정치체제, 국가 정체성, 권력과 인권의 관계, 역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출발점이다. 민주주의는 헌법 조문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 조문이 어떻게 사회에 뿌리내렸고, 실천되었는지에 따라 그 진정성이 판가름된다. “헌법 제1조가 ‘민주공화국’을 노래할 수 없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 문장을 노래하고, 시위하고, 살아낸 민중이 존재한 나라다.” 『헌법 제1조, 파시즘을 쏘다』는 헌법 제1조라는 단순한 문장을 통해, 민주주의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그려보려는 지적 여정이다. 지금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세계를 살고 싶은지를 선언하는 일이기도 하다.
『헌법 제1조, 파시즘을 쏘다』는 이렇게 엮었다
이 책에서는 유럽 여러 나라(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와 미국 외에도 멕시코, 필리핀, 러시아, 이란, 일본, 한국, 인도, 중국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15개국의 헌법 제1조를 제정 연도순으로 둘러본다. 먼저 제1부에서는 20세기 이전의 헌법을 다룬다. 영국에는 헌법이 없지만 의회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실시했다는 이유에서 최초로 다루고(1장), 이어 최초의 성문헌법을 제정한 미국(2장), 프랑스(3장), 스페인(4장), 독일(5장)을 언급한다. 그다음에 다루는 나라는 멕시코(6장)이다(20세기 현대 헌법이 1917년 멕시코 헌법을 효시로 삼았을 만큼 선구적이기 때문). 이어 이탈리아 헌법(7장), 그리고 아시아 최초의 입헌군주국 헌법인 일본 헌법(8장)과 최초의 공화국 헌법인 1899년 필리핀 헌법(9장)을 언급한다. 이어 제2부에서는 20세기에 제정된 헌법들로 이란(10장), 러시아(11장), 한국(12장), 인도(13장), 중국(14장), 남아프리카 공화국(15장) 순으로 다룬다. 그 대부분의 나라들이 헌법에서는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지만, 사실은 파시즘의 나라이거나 파시즘에 가까운 나라들도 적지 않다. 이 책에서 다루는 15개국이 서양 6개국, 비서양 9개국인 점은 종래의 서양 중심 논의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