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특공대의 미션
남들에게는 평범히 흘러가는 일상도 모험처럼 헤쳐와야 했던 자폐특공대.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말이 알려지기 전부터 긴 시간 활동해 온 이들의 미션은 단 하나, ‘자폐한나씨’의 평범한 하루를 지키는 것이다. 그 덕에 아침 7시 기상 및 운동, 11시 심즈 게임하기, 12시 점심 식사 등 완벽한 루틴에 맞춘 한나씨의 하루는 오늘도 안녕하다.
자폐특공대의 또 하나 숨겨진 미션은 한나씨의 귀여움을 널리 퍼트리는 것이다. 《자폐특공대》를 통해 한나씨를 만나면 컴퓨터 ‘그림판’으로 정교한 그림을 그리고, 생김새만 보고도 나비의 이름을 단번에 맞추고, 음식을 가장 맛있는 조합으로 먹는 ‘맛잘알’ 한나씨의 매력에 금세 스며들 것이다.
필살기 “유쾌함”
자폐특공대에게는 필살기가 있다. 바로 유쾌함이다. ‘자폐’, ‘장애’라는 단어 앞에서 엄숙해지거나 조심스러워지는 이들을 무장 해제하는 능력이다. 물론 이 유쾌한 가족에게도 아픔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간의 차별적인 시선, 혐오하는 말들, 예상치 못한 긴박한 상황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가슴 아픈 상황을 이 가족은 ‘다르게’ 본다. 아프기만 할 수 없으니 재미있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책은 특별하게도 누구 한 명이 아닌 가족 구성원 모두가 집필에 참여해 한나씨를 중심으로 ‘일상 모험담’을 풀어놓는다. 자폐와 관련된 특징을 하나의 주제로 삼아 각자의 시선에서 한나씨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서로의 글에 코멘트를 달며 수십 년 내공의 티키타카를 선보인다.
본문에는 한나씨가 무서워하는 풍선 처리하기, 실종과 같은 각종 사건 사고 대처하기, 표현하기를 어려워하는 한나씨의 짜증에 대응하기, 괴롭히는 사람들(악당)과 싸우기 등 자폐특공대의 상세 임무가 담겨 있다. 특히 화가가 꿈인 한나씨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집필에 참여하고, 작가인 언니가 도슨트가 되어 해설을 더해 각별함을 느낄 수 있다.
언젠가 진짜 시트콤이 될
좌충우돌 가족들의 나날
동생 덕분에 학창 시절 ‘불행 배틀’에서 져본 적 없고, 늘 한나씨 이야기를 하며 지내다가 한나씨의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언니 김사라 작가. ‘네이버 도전 만화’에 연재한 동명의 웹툰 〈자폐특공대〉로 창작의 길을 열었고, 현재까지 드라마, 소설, 에세이를 집필하며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런 김사라 작가에게는 꿈이 있다. 바로 한나씨와 가족 이야기로 시트콤을 만드는 것이다. 누적 5억 뷰를 달성한 웹드라마 〈에이틴〉처럼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써온 김사라 작가의 훗날 대작이 될지도 모를 시트콤 〈자폐특공대〉를, 미리 이 책을 통해 엿볼 기회다.
자폐를 다룬 기존의 책들이 부모의 입장에서 쓰였다면, 《자폐특공대》는 부모뿐만 아니라 언니와 남동생의 시선에서 한나 씨에 대한 애정을 가득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지내온 ‘내 동생, 우리 누나’와의 사이는 남들만큼 티격태격하면서도 어쩐지 남들보다 애틋하다.
“많은 사람이 가족을 소재로 창작물을 만들어 내고, 가족을 사랑하는 만큼 가족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난 그저 한나가 자폐인 것이 슬프지 않을 뿐이다. 그녀에게 장애가 있는 것이 특이하고 불편하긴 해도, 난 한나를 사랑하고 한나가 자랑스럽다. 그래서 늘 남들에게 한나의 이야기를 해왔던 것이다. 그래, 정말 특이하고 불편할 뿐이다.”
_본문 중에서(한나씨의 언니, 김사라 작가의 글)
편견을 넘어 시야를 넓히는
드라마 밖 ‘자폐’와의 만남
《자폐특공대》의 저자 김사라 작가는 “장애인을 구성원으로 둔 가족들에게는 공감과 안심을, 비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가족들에게는 장애인 가정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모습은 그 이름만큼이나 스펙트럼이 넓다. 한나씨와 30여 년을 함께해 온 가족들도 끊임없이 한나씨를 관찰하고 있고, 한나씨의 새로운 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자폐한나씨의 세계도 고유하고 유일하다. 드라마와 미디어 매체에서 나오는 표면적인 자폐 성향이 아닌, 자폐한나씨의 일상을 자폐특공대의 언어를 통해 들여다보면 독자들 삶의 스펙트럼 또한 더 넓어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