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우리는 민주주의의 겨울 한복판에 서 있었습니다. 비상계엄이라는 이름의 위협 앞에서, 시민들은 응원봉을 들고 다시 광장으로 나섰고, 국회는 결연히 움직였으며, 그날의 계엄군은 더 이상 나아가기를 머뭇거리며 시민들과 맞서려 하지 않았습니다. 『계엄과 내란을 넘어』는 바로 그날로 시작해, 한겨울의 얼음장을 뚫고 시민 주권의 봄꽃들을 피워내기까지의 과정과, 학자로서 한 명의 주권자 시민으로서의 노력과 희망을 기록한 책입니다.
저자 한인섭은 정년을 앞두고 다시 계엄을 마주한 충격 속에서,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말하고 써 내려갔습니다. SNS 글 한 줄에서 시작된 기록은, 시민들과의 강연과 토론을 거쳐, 헌법을 되살리는 언어로 응축되었고, 마침내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그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내란’이라 규정하며, 위법과 부당의 모든 지점을 헌법과 형법의 언어로 차분히 추적합니다. 동시에, 헌법 수호자로 나선 시민 개개인의 분투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책 곳곳에 실린 저자가 직접 찍은 풍경 사진은 이 기록의 감정을 고요히 감싸줍니다. 얼어붙은 연못과 싸늘한 산책길, 쓸쓸한 캠퍼스의 겨울은, 계엄이라는 현실의 날카로움을 은유하는 동시에, 그 겨울을 견디며 피어나는 생명력의 상징으로 자리합니다.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그리고 이 책은, 봄을 다시 찾아냈다는 사실을.
『계엄과 내란을 넘어』는 누군가의 분석이 아니라 모두의 기억입니다. 그날 광장에 있었던 당신, 혹은 화면 너머에서 지켜보며 마음 졸였던 당신, 모두의 기록입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로, 혼란 속에 있던 이들에게는 확신으로, 지친 시민들에게는 다음 계절을 열어갈 용기로 다가갈 것입니다.
지금, 봄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