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한 대, 외딴 마음,
일본을 가로지르다
4,134km의 물음, 그 끝에서 만난 대답
여행은 기록으로 남고, 기록은 고백이 된다. 낯선 시골의 적막과 도쿄의 번잡함, 고된 라이딩 속 만났던 일본의 풍경, 그리고 마지막 15분을 앞두고 당한 낙차까지. 『죽기 전엔 가보고 싶어』는 완벽한 여행기가 아니다. 오히려 돈을 아끼기 위한 노숙, 피투성이가 된 무릎, 궁상맞은 이국에서의 외로움과 같은 사건들이 모인 삶을 향한 집요한 응시에 가깝다.
지난날 일기장에 적어 둔 목표와 버킷리스트들을 수도 없이 어겨왔다. (중략)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그렇게 지켜야 한다고 스스로를 질책했지만ᅠ나 자신과 했던 약속에는 정작 그렇지 못했다. 나는 군대에서 나 자신과 약속했다. 전역 후 곧바로 일본으로 떠나겠다고. 두렵지만 무작정 발을 떼고 일단은 출발했다. 이번만큼은 과거의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만 싶었다.
- 「불안과 설렘 사이, 일본 종주의 시작」 중에서
결국 갈팡질팡하는 마음과 함께 목적지도 정하지 못한 채 호텔을 빠져나왔다. 꼭 내 인생만 같았다. 벌써 30살이 넘었는데 아직도 대학을 졸업 못하고, 계획은 항상 틀어지고, 생각은 항상 바뀌고. 안정된 직장도, 미래에 뭘 할지도 아직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내 인생….
-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걸까」 중에서
길 위에서 그는 묻는다. “내가 지금 가는 이 길이 맞는 걸까?” 하지만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끝까지 나아가려는 의지라는 것을 이 여정은 조용히 대답한다. 어쩌면 우리네 삶 역시 마찬가지다. 무너질 때마다 일어서고, 다시금 길을 찾는 반복의 반복. 즉, 이 책은 단지 여행 이야기를 넘어, 청춘이라는 이름의 고독한 시간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