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열풍, 혼술, 슬로푸드운동 등 먹기 행위에서 작동하는 감정 메커니즘 고찰
이 책은 먹기 행위를 감정사회학적 시각에서 연구한 첫 저작으로, 음식에 대해 다룬 기존의 학술서들과 달리 먹기라는 행위를 사회학적으로, 그것도 감정사회학적 관점에서 다루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이 책의 저자가 먹기라는 주제를 선택한 것은 먹기는 사회적 연대의 원초적인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간에는 식탁공동체에서 사회적 연대감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책은 먹기 행위에서 작동하는 사회적·감정적 메커니즘을 통해 사회적 연대가 형성되는 단편을 탐색하는 한편, 그러한 감정 메커니즘이 우리의 먹기 및 삶의 양식을 어떻게 규정하고 변화시키는지를 밝힌다. 이 책은 사람들이 매일 접하는 먹기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의 삶을 설명함으로써 사회학이 우리와 멀리 떨어진 학문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먹기의 관행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사회학의 유용성을 증명하다
먹기와 관련된 사회문화적 현상을 연구한 이 책은, 제1부에서는 맛집 열풍, 음식 향수, 음식 취향의 형성에서 작동하는 감정동학을 고찰한다. 제2부에서는 사회적 연대의 토대로서의 함께 먹기와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혼밥과 혼술이 발생한 감정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 같은 현상에 내포된 사회학적 의미를 탐색한다. 제3부에서는 국가의 먹기 정책, 슬로푸드운동, 동물권리운동을 가치정치의 맥락에서 포착하고, 먹기 양식을 변화시키는 감정 메커니즘을 연구한다.
이 책에 따르면, 먹기는 감정사회학적 시각을 보여주고 전파하는 데서 아주 좋은 소재이다. 먹기 행위는 우리 인간에게 보편적인 동시에 지극히 주관적이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누구나 먹어야 하지만, 무엇을 누구와 함께 어떻게 먹을 것인지는 개인적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합리적 선택보다는 감정적 선택에 의해 지배된다. 먹기가 지닌 이러한 측면은 감정동학을 분석하는 데서 유익한 현장을 제공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이 같은 일상적인 먹기 행위와 관행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사회학의 위기가 논의되는 시대에 사회학의 매력과 유용성을 보여준다.
감정을 사회학적으로 다루는 거시적 감정사회학의 의의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책
저자 박형신은 사회학계에 감정사회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을 오래 전부터 꾸준히 진행해 온 연구자이다. 감정의 사회성은 사회학에서 이미 다루어온 주제이지만, 기존의 사회구성론적 입장에서 보면 감정은 사회가 만들어내는 것, 즉 사회적 결과였을 뿐이다. 이로 인해 감정 또는 감정적 행위가 사회 속에서 수행하는 적극적인 역할은 무시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감정사회학을 통해 사회학의 본령, 즉 사회질서와 사회변화를 설명하는 작업에 한층 깊이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거시적 감정사회학’ 연구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감정이라는 것이 극히 육체적이고 개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감정은 사회현상의 하나의 원인이자 사회를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요인이며, 거시적 감정사회학은 이 같은 감정을 종속변수에서 독립변수의 지위로까지 끌어올리는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