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筆寫)를 위한 이 책은 필사(必死)적인 마음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여느 필사책과는 조금 다릅니다. 좋은 문장, 좋은 글쓰기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필사적으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 특별한 시선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그날 밤 이후, 100여일의 시간을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그 시간 동안 한겨레에 기록한 문장이 책의 밑바탕입니다. 기사는 ‘역사의 초고’입니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자의 말,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말들 대신에 우리가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고갱이만 추렸어요. 금방 사라져버릴 속보 대신에 우리가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와 관련한 글만 따로 발췌했습니다.
따라 쓰기에 좋은 문장들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눴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기에 적합한 문장들은 1부 ‘사유의 세계를 다시 만나다’에 묶었습니다. 법학, 사회학, 정치학 등을 아우르는 명쾌한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나만의 생각이 정리되어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광장에서 서로에게 건넨 연대와 따뜻한 위로의 언어는 2부 ‘마음속 문장을 기억하다’에서 곱씹어보세요. 소설가, 시인, 기자들의 감수성 가득한 문장을 오래도록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윤석열 구속·석방,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까지 긴박했던 순간은 3부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다’에 담았습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잊힙니다. 그리고 반복됩니다. 두고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12·3 내란, 진실과 거짓〉 연재 기사를 부록 형식으로 실었습니다. 광장에 나온 형형색색의 응원봉, 남태령을 지킨 ‘인간 키세스’, 단독 촬영한 윤석열 뒷모습 사진, 호외와 특별판으로 발행된 한겨레신문 1면 이미지 등도 추가했습니다. 자신의 글을 써보는 노트도 있어요.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담아 글을 쓰고, 또 필사책에 싣는 것까지 흔쾌히 허락해주신 필자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