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게임, 남겨진 캐릭터, 그리고 끝나지 않은 모험…
게임이 끝나고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2020년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강민영 작가의 장편소설 『라스트 로그인』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부디, 얼지 않게끔』, 『식물, 상점』, 『작별의 현』 등에서 인간 내면과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온 강민영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익숙한 일상에서 한 발 벗어난 게임 세계를 무대로 해, 한국문학 장에서 보기 드문 게임 판타지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인다. 게임과 게임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상상과 질문들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고, 존재와 기억, 자유의지라는 본질적인 물음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읽는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전한다. 특히 예상치 못한 위기와 전투, 게임다운 스펙터클이 쾌감을 자아내며 독자에게 몰입감 있는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소설은 서비스 종료를 앞둔 인기 온라인 게임 「도티스-언더」를 배경으로 한다. 서버는 점점 불안정해지고, 곳곳에서 ‘균열’ 현상이 발생하며 세계가 붕괴해 가는 가운데, 게임 속 캐릭터인 주인공 발렌타인은 자신을 조종하던 유저 U와의 연결이 끊긴 채 홀로 남겨진다. 발렌타인은 또 다른 캐릭터 클루와 함께 혼란에 빠진 세계를 탐험하며, 점점 커져가는 이상 현상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삭제된 캐릭터들이 버그처럼 등장해 위협적인 공격을 가하고, 곳곳에서 NPC와 몬스터 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게임 속 세계는 빠르게 무너져 간다. 발렌타인과 클루는 사라질 운명을 앞두고, 이곳에 남을지, ‘균열’을 너머 다른 세계로 향할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지 않는 단 하나의 기억
당신이 두고 온 게임 속 캐릭터들의 마지막 이야기
유저가 떠난 뒤에도 캐릭터들의 시간은 계속된다. 이제 그들은 유저가 선택하는 행동과 정해진 퀘스트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내리게 된다. 발렌타인과 클루는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도 기억과 존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티며, 그 과정에서 두 캐릭터가 느끼는 불안과 갈망은 우리 삶의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하며 진한 감정의 잔상을 남긴다. 그렇게 이들의 마지막 모험은 점차 단순한 데이터 이상의 의미를 띠기 시작한다.
소설은 이들이 마주하는 위기와 선택의 순간을 통해, 독자 스스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발렌타인이 끝까지 붙들고 싶어 하는 유저와의 기억, 클루가 감당하려 애쓰는 소멸에 대한 두려움은 현실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 이야기의 끝으로 다가갈수록, 독자는 이 세계가 정말 가상인지, 혹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무엇이 다른지 되묻게 된다.
존재와 기억의 의미를 묻는 독특한 판타지
가상 세계를 통해 마주하는 삶에 대한 진짜 질문들
『라스트 로그인』은 단순히 게임을 소재로 삼은 소설이 아니다. 이야기는 가상의 공간에서 시작되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아주 현실적이고 본질적이다. 유저에게 잊힌다면 자신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발렌타인의 불안,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 존재도 함께 지워질 거라는 두려움은,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기억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존재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존재했던 누군가가 사라진 뒤에도, 우리는 그 흔적을 어떻게 품고 살아갈 수 있을까.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누군가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억되지 않는 존재는 어떻게 망각되고, 어떤 존재만이 남는지를 조용히 질문하며, 무심히 지나쳤던 이름과 얼굴들에 다시 시선을 머물게 만든다. 『라스트 로그인』은 끝내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어떤 존재에 대한 다정한 응답이자, 기억 속 어딘가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