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노랑 청소년 소설 ‘부끄부끄 체인지’
“언니 줘.”
“아니야! 그 원피스는 내 거야!”
태어나 청므으로 엄마의 말을 거부했다. 이건 ‘홍당무’가 버터를 사 오라는 어머니의 명령을 거부한 대사건 못지 않은 혁명이었다. 나에게는.
(본문 인용)
서나혜. 불쌍하게도 어릴 적에 ‘회피’라는 무서운 저주에 걸리고 말았다.
그 순간 나 또한 많은 것을 거두었다.
그것은 욕망, 눈물, 질투.
그날 후로 나는 이 세 가지를 가지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열여덟 살이 된 지금에 이르러, 내가 중요한 무언가를 한 가지 더 잃었단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은 떨림.
(본문 인용)
부모님들의 무관심과 편애로 회피성향이 짙어진 나혜는 삶의 중요한 대목마다 회피 성향에 발목이 붙잡혀요. 왜냐하면 이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정말로 원하고 좋아하는 대상에게 물러서서 도망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까진 조금 내성적인 아이처럼 살아왔지만, 열여덟 살이 되고 은한이라는 소년을 좋아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모든 게 흔들렸다. 그 애 앞으로 한 발, 떼는 게 왜 이리도 힘겹지? 다른 사람보다 못 해도 100배는 더 힘들 것이다.
유성우가 비처럼 쏟아지던 날, 소녀와 소년의 육체와 영혼이 체인지했다. 은한이 되어 세상을 보게 된 나혜는 지금껏 몰랐던 많은 상황들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성큼 성큼 세상과 은한을 향해 발을 내디디기 시작했다.
"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한 ★과 가장 무서워한 ○를 동시에 닮았어. "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않은 안개처럼 나혜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대체 ★과 ○가 뭐지?”
그 질문의 답을 찾다 보노라니 나혜를 둘러싼 안개가 점점이 옅어지고 있었다.
(본문 인용)
물론 한 발 내디디기 위해서 남보다 용기가 백 배 더 필요했다. 그래서 진노랑의 ‘부끄부끄 체인지’는 회피의 저주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한 부끄럼 많은 소녀의 혁명 이야기이다.
한 발 한 발.
걷다보니 100배 필요했던 용기가 50배, 20배, 10배로 점차 줄어들었다. 한 번, 두 번 두려움을 뛰어넘은 경험이 준 기적이었다. 그 기적이 일어날 때마다 세상이 달리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