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문학이 길을 찾은 첫 이야기,
오디세우스로 시작된 모험과 성장의 서사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경 호메로스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쓴 영웅 서사시다. 『일리아스』와 더불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오늘날에는 길고 험한 여행 내지 여정을 뜻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12,110행 24권에 펼쳐지는 대서사시에서 우리는, 한때 “모든 인간들 중 가장 불행한 자”로 불릴 만큼 수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용기와 인내, 겸손의 가치를 배우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와 악당들에게 통쾌한 응징을 안기는 불굴의 한 인간을 만난다.
『일리아스』가 전쟁이 소용돌이 속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고통과 비탄을 장엄하게 그리는 작품이라면, 『오디세이아』는 고난 속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살아남아 뜻한 바를 이루는지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나간다.
각 권마다 등장하는 미지의 바다와 섬, 그곳에 사는 인간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신들, 반인반수의 괴물들은 고대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는 거의 모든 캐릭터와 서사를 품고 있다.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마법의 약으로 사람들을 짐승으로 바꾸는 마녀 키르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 바다 괴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외떨어진 섬의 요정 칼립소, 수호신으로 등장하는 아테나 등이 초현실적 상상을 이루는 한 축이라면, 현실적인 인간들의 다양한 군상이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주인공이 떠나온 어린 아들의 성장, 기약 없이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자식을 잃고 비탄에 빠진 부모, 탐욕스럽고 몰염치한 구혼자들, 이들에게 빌붙는 기회주의자들,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하인들 등, 이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신과 인간 사이,
오디세우스가 남긴 삶의 질문들
『오디세이아』는 단순한 모험담이나 복수극이 아니다. 바다를 건너고 섬을 떠도는 여정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오디세우스가 수많은 위기를 이겨내고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던 힘은 단지 지략이나 무용에 있지 않았다. 그는 늘 신들의 뜻을 살피고, 때로는 스스로를 억제하며, 때로는 주변 사람들을 시험하고 확인한다. 그것은 고난 속에서도 ‘정의’와 ‘경건’이라는 질서를 지키기 위한 태도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정의’는 인간 세계의 원칙이었고, ‘경건’은 신들을 향한 기본적인 태도였다. 그리고 두 가지는 떨어질 수 없는 한 덩어리였다. 낯선 이를 환대하고, 제사를 정성껏 올리고, 신들의 전조를 헤아리는 일은 단순한 예법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윤리였다. 『오디세이아』 곳곳에서 반복되는 이러한 장면들은, 오디세우스가 단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느냐’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고대 시대에 신을 공경하는 일은 인간의 모든 삶을 지배했다. 나그네를 박대하거나 제를 잘못 올려 신들을 무시하고 멸시하면 신들의 진노로 보복을 당했다. 그래서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을 처단한 후 이렇게 말한다. “할멈, 속으로만 기뻐하고 환호성은 지르지 마시오. 죽은 자들 앞에서 환호하는 것은 불경하니까. 신들이 정해준 운명과 자신이 저지른 잔인한 짓이 스스로를 죽인 것이오”(제22권, 411~414행). 신들이 정해준 운명과 뜻을 거슬러 행한다는 것은 곧 파멸을 자초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까닭에 신들이 보내준 ‘전조’는 매우 중요하다. 그는 자신의 아내, 아버지, 하인들까지도 성급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만큼 신중하고 깊이 있는 신뢰의 회복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아가멤논이 방심 끝에 죽음을 맞았듯, 오디세우스 역시 순간의 실수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확인하고, 때를 기다리며, 마침내 정의롭게 응징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신들을 두려워하며 절제한다.
오늘의 독자에게 『오디세이아』는 단지 오래된 고전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시대의 바다를 건너야 하는 우리에게, 삶의 방향과 자세를 묻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이자,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이야기다.
고대 그리스어의 리듬을 살린 완역으로 되살아난
인류 최초의 모험 서사시
현대지성 클래식의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의 고대 그리스어 원전을 직접 번역하여, 오디세우스의 10년 귀향 여정을 생생하게 되살린 완역본이다. 운율과 어순, 고대 문체의 리듬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오늘의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정제된 문장으로 다듬어져, 원전의 정수를 온전히 전달한다. 특히 고대 서사시의 장대한 규모와 섬세한 감정선, 서정성과 극적인 장면까지 고루 담아낸 번역으로, 이야기의 원형이라 불리는 『오디세이아』를 현대 독자들이 온전히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104장의 명화와 삽화는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마녀 키르케,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칼립소 등 오디세우스가 마주치는 각종 초자연적 존재와 전설적 장면들을 시각적으로 소개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고대의 세계를 생생하게 불러낸다. 풍부한 컬러 이미지와 함께 배치된 설명은 서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화와 전설, 인물 관계도를 그려나가도록 돕는다.
303개의 각주와 43쪽에 달하는 해설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 종교관과 우주관, 인명과 지명, 신들의 계보와 정치 사회적 함의까지 폭넓게 풀어준다. 특히 『오디세이아』는 시간 구조가 단선적이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배경지식 없이 읽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해제와 주석은 독자의 이해와 몰입에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단순히 고대 영웅의 모험담이 아니다. 삶의 모서리에 선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이자, 혼돈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지혜와 절제, 정의를 향한 내면의 힘을 조명하는 텍스트다. 『오디세이아』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풍부한 이야기의 세계를 안내하는 입문서로, 이미 읽어본 독자에게는 새로운 통찰과 깊은 성찰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인생 고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