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발 씻기』는 저자 김찬옥이 살아온 길 위에서 마주한 사람들, 장소, 그리고 순간들을 담아낸 수필집이다. 이북에서 태어나 전쟁을 거쳐 남한으로,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57년을 살아온 저자의 인생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스며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삶의 조각들을 솔직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과 사색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피아니스트 K의 죽음, 레이크 타호에서의 기억, 감사절의 풍경, 졸업식의 감동,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 혼혈아 멜빈 브라운의 이야기 등,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특히 같은 콘도에 살았던 주민 ‘마지와 프렌치’나 도서관 주차장 차 안에서 살고 있는 홈리스 ‘아리엘’, 그리고 저자가 출석하던 한인교회의 ‘니카라과’ 선교 리더였던 ‘C의 스트로크’처럼 여러 편에 걸쳐 이어지는 글에서는 저자의 섬세한 관찰력과 깊이 있는 통찰이 돋보인다. 단순한 일상의 기록을 넘어, 한 인간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신앙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책 제목인 ‘유다의 발 씻기’는 성경에서 예수가 배신자 유다의 발까지 씻어준 사건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사랑과 용서, 그리고 겸손을 상징하며, 저자가 삶을 통해 배운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메시지가 곳곳에 녹아 있다. 신앙적인 요소가 바탕이 되지만, 특정 종교적 가르침을 강조하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며 고민하고 깨달아야 할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유다의 발 씻기』는 화려한 문장이나 극적인 전개보다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과 한국, 두 문화 속에서 살아온 저자의 시선은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성찰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