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에 대한 장밋빛 꿈과 대항해시대의 기억
모험소설과 SF의 만남
미국의 하드보일드 소설은 대공황과 함께 탄생한 만큼, 대개의 작품은 자본에 대해 부정적이며 자본가를 악인으로 몬다. 주인공 영웅은 남자 중의 남자이며 노동계급의 생존자이지만, 혁명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탐정소설에서도 범인을 잡긴 하지만, 불의는 그대로 남아 있고 탐정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낙관도, 희망도 없고, 여성은 매력적이지만 탐욕스러운 팜므 파탈이라 응징해야 마땅하다.
리 브래킷의 소설이 다른 남성 작가들의 작품과 다른 면이 있다면, 여성이 구원자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메이요는 팜므 파탈이 아니다. 오히려 밑바닥 인생이었던 야생동물 같던 릭의 내면에서 사랑을 찾아내고 바른길로 가게끔 이끌어준다. 그 덕분에 릭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와준 키라와 메이요에 힘입어 소명을 깨치고 영웅의 길을 택한다. 릭도 부분적인 승리를 거둘 뿐 씁쓸하게 타협하며 끝내지 않는다. 악의 세력을 끝까지 무너뜨리고, 순수한 모험가로 남는다.
이렇듯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낙관을 잃지 않고 에너지를 뿜어낸다. 과연 미국 SF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라 할 만하다.
리 브래킷 x 이수현
화성의 그림자
화성에 가닿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끊임없는 경쟁으로 치닫고, 그 와중에도 지구에서는 지구의 일로 바빴다. 간혹 우주로 가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있었고, 결국 그곳에 가서 지구인과 다를 바 없는 화성인을 마주친 후에도 서로 언어를 공유하고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지구인은 화성을 야금야금 먹어들어갔고, 착취와 학살은 지구에서나 다를 바 없이 화성에서도 자행되었다. 역사는 되풀이되기 마련이라, 지구의 역사는 화성에서도 반복되었다.
상상문학을 주로 번역하고 환상소설을 쓰는 역자가 쓴 다시 쓰기 소설은 리 브래킷이 활동하던 1930~1940년대로 돌아간다. 그 당시에는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 사람이 살고 도시가 있을 거라 꿈꿨다. 이수현은 그 상상 속의 화성이 실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전제로 대체 역사물을 썼다. 어쩌면 《화성에 드리운 그림자》의 프리퀄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FoP Classic 시리즈
《20세기 파리》 쥘 베른 김남주 옮김 X 정지돈의 20세기 파리 다시 쓰기
《제4 간빙기》 아베 고보 이홍이 옮김 X 서윤후의 제4 간빙기 다시 쓰기
《사이버리아드》 스타니스와프 렘 송경아 옮김 X 심너울의 사이버리아드 다시 쓰기
《아득한 내일》 리 브래킷 이수현 옮김 X 듀나의 아득한 내일 다시 쓰기
《로봇 동화》 스타니스와프 렘 정보라 옮김 X 설재인의 로봇 동화 다시 쓰기
《이상한 존》 올라프 스테이플던 김창규 옮김 X 강정의 이상한 존 다시 쓰기
《화성에 드리운 그림자》 리 브래킷 이수현 옮김 X 이수현의 화성에 드리운 그림자 다시 쓰기
★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