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살아가면서 이 세상 물상들이 전하는 깊은 내력이나 사연들을 유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음을 67편의 디카시를 통해서 말한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일상처럼 지나갈 일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들은 어김없이 그 무엇인가를 전하고 있다. 애정 어린 눈으로 보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것에 시선을 두고 오랫동안 바라보거나 그것도 부족하면 셔터를 눌러 저장했다 다시 보면서, 보이는 사실을 넘어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직감적인 발견력이 필요하다고 여긴 염정금 시인. 찰나의 순간들이 시인을 붙들어 오래 기억하고 싶어 하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그 사진을 보며 지난 일들을 더듬어 추억하게 하였다. 거미줄에 걸린 햇살, 의자 등받이가 된 삽자루, 피카소 붓 터치 같은 구성, 등 돌린 참새, 눈이 생긴 갈잎, 까치밥이 된 감 홍시, 잘려 나간 나무, 그루터기의 새순, 담장 위 호박, 바위 틈 도라지, 화석이 된 배추, 무지개떡 같은 꽃밭 등 모바일 폰에 저장한 많은 사진이 시인을 통해 시의 운율로 탄생하였다. 그냥 스쳐 지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이 시의 운율이 되어 독자들의 가슴에 울림이 되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