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연결망, 사회적 고립, 무관심
1인 가구와 고독사의 증가 이유
이제 한국은 초고령 사회다. 현재 1인 가구의 증가는 혼인율 감소와 초혼 연령 지체에 따른 미혼 독신가구의 증가, 이혼이나 별거에 따른 단독가구의 증가, 그리고 고령화에 따른 노인 단독가구의 증가 등에 기인한다.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에 15.5%에서 2023년 35.5%로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4인 가구 비율이 31.1%에서 13.3%로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이런 증가 추세는 2042년에 이르면 40%를 넘는다는 예측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러한 1인 가구 증가는 저성장 경제, 저출산 고령화, 도시화와 주거환경 변화, 그리고 사회적 변화 등이 주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저성장 경제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주요 원인 중에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젊은 세대가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취업도 안 되고, 부동산은 가파르게 상승하니 자산 형성은커녕 혼자 생존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이러한 이유로 결혼과 가정을 꾸리기보다 자기 계발과 경력 성장을 최우선한다. 저성장 경제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한다. 또한 이제는 결혼과 출산을 삶의 필수적인 단계로 보지 않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자발적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편의성을 우선시하여, 월세 절약을 위해 남녀 간 동거가 늘어나고 또 쉽게 헤어지기도 한다. 현재 자신이 낳게 될 아이가 자신만큼의 혜택도 누리지 못한다면 아이를 낳지도 말아야 한다는 의식도 만연하다.
한편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독거노인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노년층의 비자발적 1인 가구의 증가가 많아졌고, 특히 배우자를 잃은 노년층이 혼자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급격한 고령화는 늘어난 수명만큼의 사회적, 경제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나라의 보조와 자녀의 헌신적인 봉양이 없으면 생활하기 어렵다. 이러한 1인 가구의 증가는 사회 복지에 불균등한 부담을 주고, 자녀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노인층의 고독사 비율도 매우 높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중 ‘고립’과 ‘외로움’이 있다. 고립과 외로움은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안감 및 정서적인 불안정성이 야기될 수 있으며,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불안증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연락이 닿지 않아 사고에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사회적 연결망이 필수다. 혼자 사는 사람이 집 안에서 넘어지거나 화장실에 갇히는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의 도움을 구하지 못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경우도 많다.
앞서 1인 가구의 증가 이유도 이유거니와 그에 따른 사회적 고립, 느슨하거나 없는 연결망, 주변 이웃의 무관심 등은 심각한 문제다. 저자는 이러한 주변 1인 가구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일주일 한 번이라도 전화를 걸어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는데, 이는 생존 확인과 같은 절실한 필요일 것이다.
남아 있는 내 삶의 태도와
방식을 결정하는 ‘엔딩 맵’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독사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혼자 죽을 수밖에 없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도 죽을 땐 혼자다. 저자는 이러한 혼자 죽음에 대비하여 ‘엔딩 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엔딩 맵이란 나의 마지막 생을 설계하는 지도다. 엔딩 맵은 단순한 이벤트성 체험이 아니라, 남은 내 삶의 방식과 태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즉,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내 삶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는 일’이다.
저자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코 무겁게 가라앉지 않는다. 오히려 놀라울 만큼 다정하고, 현실적이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이 책 안에서 곧 ‘삶을 정리한다’는 뜻이며, 이를 위한 단계들은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디지털 유산 정리, 연명의료 결정, 장례 절차, 중요한 연락처 목록 정리, 소중한 물건과 감정의 해소까지.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을 대비하는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지금을 충실하게 살기 위한 준비일 뿐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 방식에 있다. 정답을 강요하거나 삶을 재단하지 않는다. 대신 저자는 독자의 삶에 조용히 말을 건넨다. “당신이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도 된다”, “삶의 마무리는 선택이 아니라 권리다.” 이런 문장들은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결코 슬픔이나 절망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는 용기의 문제임을 일깨운다. 앞으로 내가 홀로 남겨질 수도 있고, 나의 부재로 내 가족이 홀로 남겨질 수도 있다. 누구도 인생의 마지막에 혼자 남겨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살아있으면서 죽음을 계획하는 것이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살아서 나의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고,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미리 계획한 대로 인생이 마무리되는 것이 모두가 진정 바라는 존엄한 죽음이 아닐까?
21년간 교사로 일하던 저자 서윤미는 병을 계기로 삶을 전면 수정했고, ‘죽음을 정리하면서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여러 직업과 경험을 수집해 나갔다. 죽음을 준비하며 저자는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지금 떠난다면, 가장 후회할 일은 무엇일까?”, “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독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유언장이나 장례 절차 같은 현실적인 준비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정리, 감정의 해소, 디지털 흔적의 마무리까지도 채비하도록 꼼꼼히 조언한다. 이 모든 것은 곧 자신의 삶을 ‘내 기준으로’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다. 삶의 전환기를 맞은 40대, 부모의 노화와 자녀의 독립 사이에서 중심을 잃기 쉬운 50대, 혼자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 저자는 묻는다. 지금 이대로의 삶에 후회는 없냐고. 그리고 이야기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당신은 당신 인생의 다음 장을 얼마든지 새로 써 내려갈 수 있다고. 자기 삶의 마지막인 존엄한 죽음을 위해 준비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