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꽃 같아서 필 때의 아름다움과 질 때의 서러운 켜 위에서 태어난다. 오래 시를 다듬다 보면 시인도 꽃과 같아지나 보다. 그의 시는 솔직하고 담백하다. 공허한 메시지와 온갖 미사여구로 눈을 어지럽히는 세상에서 그는 “비우면서 녹았음을 고백”한다. “그게 그리 어렵나?” 반문하면서 장미의 가시처럼 날카롭게, 꽃잎처럼 부드럽게 가장 낮은 지점까지 이르게 하는 특유의 설득력과 순수한 감성이 있다. 힘을 뺀 시인의 시는 잘 흡수된다. 힘든 이민 생활 속에서도 시를 놓지 않은 그의 성실함이 축조해 낸 정직한 시어들이다. 더불어 살아온 시인의 성정처럼 현실에 밀착해 있으면서, 내려놓음의 미학과도 잘 조화를 이룬다. 엄경제 시인이 구사한 시편들에 얼굴이 있다면, 시애틀의 깊고 푸른 산기슭에서 생성된 바람의 얼굴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생생하게 다독여 줄 수 있는 것이다. 김소희(시인)
_ 시집 출간 문우 축하 글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