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시인의 시집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가 시작시인선 0527번으로 출간되었다. 박현 시인은 2007년 『애지』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굴비』, 『승냥이, 울다』, 『붉은 반함(飯含)』을 상재한 바 있다.
박현의 네 번째 시집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는 그야말로 온갖 음식의 향연이라 할 만하다. 연작이나 반복도 있지만 이 시집에 실린 60편의 시들은 거의 편편이 다른 ‘음식-맛’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그의 시들은 겉으로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 뒤에는 각기 다양한 인생과 인생의 순간들이 날카로운 유비로 포착되어 단순한 시선으로 수렴하기는커녕 각각의 고유함으로 빛을 발한다. 나직하지만 곡진하고, 수수한 이야기 끝에 코끝이 아리다. 박현의 이러한 작업은 아마도 이전 시집에서 그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직전의 시집 『붉은 반함』의 추천사에서 이숭원은 박현의 이 놀라운 시적 맹아를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그의 시는 풍자에도 일가견이 있지만, 단연코 말하건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서정의 극치는 3부에 담긴 18편의 음식 시에 있다. 감정의 기미를 한눈에 파악하는 천부의 재능으로 세상사의 곡절을 토속 음식에 농축하여 농밀한 감각으로 고유의 정서와 풍미를 엮어내니, 이 방면에 관한 한, 박현 옆에 나설 사람이 없다”는 평가에는 조금도 덜함과 더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