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펜/헤밍웨이상 수상
★ 2022 브리티시북어워드 최종후보
★ 2021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 2021 여성문학상 후보
퀴어 서사의 금기를 뛰어넘는 이야기
트랜스젠더 작가가 열어젖힌 문학의 새로운 지평
문학의 땅은 언제나 비난받기를 각오한 이들에 의해 넓어졌다. 토리 피터스는 아이오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다트머스 대학에서 비교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는 등 정석적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작품활동 초창기, 주류문학계를 거부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작품을 무료로 배포하고 소규모 자비출판을 했다. 트랜스젠더 문학의 판을 넓히고 독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2016년부터 무료로 공개한 《가면을 쓴 사람The Masker》 《친구와 연인을 감염시키기Infect Your Friends and Loved Ones》 《글래머 부티크Glamour Boutique》 등이 트랜스젠더 독자들 사이 큰 반향을 일으킴으로써 주류문학계마저도 토리 피터스의 이름을 기억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2021년 랜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장편소설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트랜스젠더 작가 최초로 여성문학상(Women’s Prize for Fiction) 후보로 오르며 격렬한 논쟁을 촉발했다. ‘트랜스젠더는 여성인가’, 더 나아가 ‘여성은 누구인가’ 하는 본질적 물음으로 문학계와 페미니스트 사이 각론이 오갔다. 하지만 출간 직후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트랜스젠더 독자와 시스젠더 여성은 물론 그밖에도 폭넓은 독자에게 열광적으로 읽히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22년에는 펜/헤밍웨이상을 수상했고, 2021년 〈뉴욕타임스〉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선정되고 2022년 람다문학상 트랜스젠더 소설 부문, 브리티시북어워드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트랜스젠더 문학의 정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두 명의 트랜스젠더, 한 명의 시스젠더 여성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꿈꾸기 시작하다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절대 함께하지 못할 것 같은 인물들이 서로 얽히며 시작한다. 트랜스젠더 여성 ‘리즈’와 ‘에이미’는 연인이었지만, 에이미가 트랜스 혐오로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벅차 성환원(Detransition)을 결정하며 관계가 끝난다. 에이미는 다시 남성이 되어 ‘에임스’라는 이름을 되찾고 안정적인 직업을 구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사인 시스젠더 여성 ‘카트리나’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
문제는 에임스가 성전환 과정에서 잃은 줄 알았던 가임 능력이 온전했다는 것. 어느 날 카트리나가 임신 소식을 알려온다. 에임스는 혼란에 빠진다. 사회적 혐오 때문에 생물학적 남성으로 돌아왔지만, 사실 자신이 정말 남성인지 확신이 없다. 그런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아버지가 되는 건 가장 ‘남자다운’ 일이어야 하지 않나?
그때 에임스에게 리즈가 떠오른다. 항상 아이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트랜스 여성이기에 낙담하던 리즈. 에임스와 헤어진 뒤로 리즈는 소모적인 관계만 반복하며 지내고 있었다. 어쩌면 셋이서 가족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카트리나, 에임스, 리즈는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혼란한 시대에 서로를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
‘그들’로 명명되기를 거부하는 ‘우리’의 이야기
리즈, 에임스, 카트리나는 각자의 상황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함께한다. ‘소수자 인물을 미화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처럼 결함 있는 존재로 그려낸다’라는 〈뉴요커〉 리뷰처럼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인물들을 마냥 정의롭거나 올바른 존재로 만들지 않고, 어떻게든 자신의 행복과 자존을 찾는 여정을 그려낸다. 서로 다른 이유로 고통을 겪는, 때로는 비장하고 자기혐오에 빠지지만 그래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삶. 다시 말해 우리 모두의 평범한 하루하루.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트랜스젠더의 삶과 사랑을 누구보다 가까이 그려내는 한편, 오늘날 사랑과 관계의 의미를 묻고 그 답을 함께 더듬어 찾아간다. 유머 가득한 문체, 드라마보다 생생한 대화, 현대의 인물형을 생생히 재현하는 리얼리티, 소설의 본령인 이야기의 재미……. 인간과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에게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새롭고도 가슴 벅찬 올해의 소설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