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이라는 불가능에 도전하다!
바티칸에서 보낸 드라마틱한 3년의 외교 기록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주교황청 한국 대사를 지낸 이백만 대사가 바티칸에서 보낸 3년의 외교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교황 방북 성사’라는 중대한 임무를 안고 바티칸에서 보낸 이백만 대사의 시간은 드라마틱했다.
교황의 북한 방문은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북한은 가톨릭 사제가 한 명도 없는 ‘가톨릭 황무지’라는 점이었다. 교황은 원칙적으로 사제가 없는 나라를 방문하지 않는다. 교회법에 따른다면 방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가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나는 교황이기 이전에 선교사다”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교황의 결단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만 같았던 방북 프로젝트는 2019년 트럼프와 김정은의 ‘하노이 노 딜’로 인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한반도에 불어오던 훈풍은 어쩌다 냉기로 바뀌었을까? 그 결정적인 순간의 이야기를 이백만 대사를 통해 듣는다.
이 책은 교황 방북 프로젝트의 극적인 순간들을 정리한 기록이자, 교황청에 대한 궁금증과 오해를 해소해주는 안내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주교황청 대사가 바티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고, 교황청 내외부 풍경을 담은 사진들은 이백만 대사가 소개하는 바티칸 3년의 생생함과 현장감을 더해줄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의 다리’를 놓기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별난 한국 사랑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보여준 사랑은 유별나다. 이백만 대사는 신임장 제정식에서 교황과의 첫 독대 기회를 가진다. 긴장도 잠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수녀들에 대한 고마움을 먼저 전해왔다. 아르헨티나 교구에 있던 1993년, 전 세계 수녀회에 수녀 파견을 요청했을 때 오직 한국의 성가소비녀회에서 3명의 수녀를 보내주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교황은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기도해왔다. 이백만 대사가 주교황청 대사로 있던 시절에는 평화의 버튼으로 보였던 북미정상회담이 단 몇 시간 만에 뒤집어진 ‘하노이 노 딜’을 보며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국 대사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 대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많은 배려와 관심도 받았다. 교황은 한국에 관한 일이라면 어떤 민원도 들어주었고, 중요한 이벤트마다 축하와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그런 교황의 사랑 때문일까? 2025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마음을 졸였다. 교황은 한반도에 ‘평화의 다리’를 놓고자 했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한반도를 향해 있다. 저자는 그 꿈이 현실이 될 날을 기다리며,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교황 방북은 재개될 수 있을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향한 심도 깊은 전망
미국의 외교 행보로 세계가 미궁에 빠진 지금, 교황 방북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을까? 앞으로 남은 장애물은 무엇일까? 교황 방북 추진과 실패는 모두 트럼프 1기 때 일어났다. 2025년 트럼프의 재등장은 북한과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모든 것이 불확실해 보이지만, 복기 속에 답이 있다. 외교는 전략이므로 과거의 외교적 경험에서 그 힌트를 찾아야 한다.
이백만 대사는 전직 외교 대사의 명철한 시선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교황 방북의 미래를 짚어본다. 비록 지금은 멈춰 선 열차처럼 보이지만, 누군가 다시 시동을 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에 꼭 가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혀왔고, 그가 있는 한 교황 방북 추진은 계속될 것이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릴 가톨릭 세계청년대회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2027년, 교황 방북이 성사되면 그 평화의 메시지는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