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례가 빨리 오면 좋겠어!’
유쾌한 상상 속에 담긴 뜨거운 경고
여름날, 냉장고 문을 열면 시원한 공기가 훅 밀려오지요. 그런데 펭귄들이 그 시원함을 쐬기 위해 냉장고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면 어떨까요? 《북극곰의 전설》은 바로 그런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에서 시작됩니다. 무더위가 덮친 남극, 펭귄들은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 시원함을 찾고, 냉장고 앞에는 여러 대의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본 할아버지 펭귄은 아기 펭귄에게 오래된 전설 하나를 들려줍니다. 더위에 지친 북극곰이 부채질도 해 보고, 선풍기 바람도 쐬어 보지만 좀처럼 시원해지지 않자, 결국 털을 하나둘 벗기 시작하지요. 까만 북극곰은 점점 회색이 되었다가, 마침내 하얀 북극곰이 되고 맙니다. 과연 그 하얀색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들과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담긴 《북극곰의 전설》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더 빠져들게 되는, 유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입니다.
‘얼마나 더 벗어야 하는 거야?’
지구가 더워질수록 사라지는 슬픈 생명의 이야기
우리는 북극의 눈과 얼음이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믿어 왔습니다. 눈밭을 뒹굴고 얼음 위를 뛰노는 북극곰은 북극의 영원한 주인이자 상징처럼 여겨졌지요.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서 북극곰은 견디기 힘든 더위에 시달리게 됩니다. 땀을 닦고, 물을 마시고, 얼음에 몸을 붙여 보지만 더위는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북극곰은 털을 하나둘 벗기 시작하고, 마침내 모두 벗은 채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하지요. 이 모습은 단지 북극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경고: 북극곰 사라짐 주의’라는 문구에는 지구의 미래를 경고하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북극곰의 전설》은 아이들이 ‘지구가 왜 아플까?’라는 질문을 품게 하고, 기후 변화를 ‘우리와 상관없는 먼 이야기’가 아닌,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현실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북극곰을 지키는 일이 곧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도요.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지금, 나부터 바꾸는 작고 단단한 실천의 시작
4월 25일은 ‘세계 펭귄의 날’입니다. 지구 온난화와 서식지 파괴로 점점 사라져가는 펭귄을 보호하기 위해, 남극 펭귄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에 맞춰 제정된 기념일이지요. 기후 변화는 때때로 너무 거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구 온난화, 생물 다양성의 붕괴 같은 말들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멀고 막막하게만 들릴 수 있지요. 《북극곰의 전설》은 그 막막함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꾸는 전환점을 보여 줍니다. 전설을 들은 아기 펭귄은 자신도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곧 주변을 살피며 아주 작은 실천을 시작합니다. 선풍기 전원을 ‘뽑는’ 작지만 단호한 행동은 ‘세상을 바꾸는 일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나부터 시작하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아기 펭귄의 행동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은 환경 감수성과 실천의 용기를 얻고, 어른 독자들은 우리가 마주한 책임과 변화의 가능성을 돌아보게 합니다. 4월 25일 ‘세계 펭귄의 날’을 맞아, 작은 실천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큰 변화를 생각하게 하는 특별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