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그리너웨이 상 수상 작품
칼데콧 상이 미국에서 출간된 책에 주는 상이라면, 영국의 그림책 상은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이 있다. 이 그림책은 2017년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수상한 그림책이다.
E.M.Foster를 기리는 상을 수상하기도 한 영국의 시인 로버트 맥팔레인이 시를 쓰고, 수많은 고전적인 작품들에 일러스트를 그린 재키 모리스의 콤비가 만나 창작한 시 그림책이다. 아이들의 입에 더 이상 흔히 오르내리지 않는, 사라져 가는 언어들, 꽃과 새와 동물들 등 스무 가지 이름들을 순정한 시와 그림으로 되살려내고자 하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글작가 로버트 맥팔레인과 저명한 화가 재키 모리스의 풍부한 창의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자연의 모습을 충실하게 되살려낸 수채화와 금박으로 새겨낸 그림은 화려하며, 언어의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구사한 시와 함께, 사라져 가는 자연의 언어를 되살리는 마법의 주문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아이들의 언어와 상상력에서 점차 자연이 사라져가는 지금, 잃어버린 언어는 마법의 상실에 맞서 야생의 어린 시절과 야생의 장소가 주는 기쁨을 소환한다.
시와 그림의 완벽한 협응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그런 만큼 시는 압축적인 언어 형식으로 애초 그림의 자리를 풍부하게 예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이 책의 글과 그림은 따로 또 같이 대상이 되는 동식물의 특성을 잡아낸다. 글은 초점화하고, 그림은 폭 넓은 배경과 함께 대상이 특성을 잘 잡아내고 있다. 그림을 펼쳐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이 그림책은 말 그대로 시 그림책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영시 원문의 수록
이 그림책의 시들은 모두 acrostic poem들이다. 단어 혹은 구절을 구성하는 자모음을 행의 시작으로 삼는 시를 일컫는다. 예컨대 우리 말놀이 가운데 삼행시처럼. 예컨대 도토리를 의미하는 ACORN의 A, C, O, R, N 등이 각 연 혹은 행의 첫 번째 시작하는 자모음이 되는 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acrostic을 번역에 살리지는 못했다. 맥팔레인 시의 묘미가 빠져버린 셈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영시 원문을 뒷부분에 함께 수록하였다. 옮긴이의 번역과 스스로의 번역을 비교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를 한껏 더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