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도 모르고 외통수에 딱 걸려버린 국민”
대한민국, 2024년의 겨울은 심히 잔인했다. 바닥 모를 혼돈을 바라보는 국민은 어지럽다. 한민족의 기묘한 ‘계엄과 탄핵의 쇼’에 세계는 호기심 만발이었지만, 잔인한 겨울의 칼바람은 그대로 우리 힘없는 국민을 겨누고 있다. 그뿐인가, 둘로 갈라진 이 나라는 전쟁이 따로 없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 폭동이 일어난단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해도 폭동은 일어날 수밖에 없단다. 국민은 영문도 모르고 딱 외통수에 걸린 모양새다.
당연한 노릇이겠지만, 정치권은 물론이거니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궁금증은 4월 4일의 헌법재판소를 향했다. 그 결정과 선고는 물론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의 미래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더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늦었지만 절절히 깨우치고 눈을 크게 떠야 할 우리의 근원적인 문제점은 없는지? 4월 4일 헌재의 선고에 연연할 때가 아님을 우리 국민은 알아야 하는 건 아닌지?
“대통령 파면과 대선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렇다, 『국민도 한마디 합시다』는 고위 공무원 한 사람의 탄핵만으로 끝날 수 없는, 그의 파면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우리 공동체의 약점과 질병을 짚어내고자 한다. 따져보면 한둘이 아니고, 생각해볼수록 고구마 줄기 캐듯 다급한 문제점들이 줄줄이 드러난다. 어디서 손질을 시작해야 할지, 아득할 뿐이다. 그래도 파악하고 고치기 시작해야 한다.
가장 큼직한 문제는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분열과 갈등이다. 진보·보수, 영남·호남, 좌·우, 입법부·행정부, 남·여·노·소, 분열의 양상은 깊어만 가고 해결의 조짐은 어디에도 안 보인다. 정치꾼들은 오히려 이 수백 년 고질병을 부추기고 분열을 악용한다. 누구 좋으라고 이따위 내란을 스스로 일으킨단 말인가.
광장정치가 능사인가? 그 부작용과 폐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수만 명씩 광장을 메우고 길을 막고 두 편으로 나뉘어 삿대질, 욕설, 저주, 협박이다. 우리 모두 보지 않았던가. 같은 민족이 맞는가 싶다.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과격한 광장정치, 동료 시민의 피해와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광장정치가 최선일까? 생각해보라, 4월 4일 헌재 앞은 왜 엄청난 국민의 세금을 들여 ‘진공화’되어야 했는가?
반대 의견은 죽어도 못 참는 이 왜곡된 DNA의 밑바닥에는 대대손손 그릇된 방향으로만 흘러온 교육의 문제가 버티고 있다. 인성 교육은 오래전에 내던지고 오직 ‘시험 치기 기술’만 가르치는 교육에 우리 아이들은 시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이 말이다. 그런데도 정치꾼들의 관심사에 ‘교육의 개선’이 들어가는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럼, 그들은 뭣 때문에 그 권력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가.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국민의 종’이다.
감히 국민을 제쳐놓고 영웅을 꿈꾸지 말라.
윤석열이 파면되면 만사가 해결될 것 같고, 이재명이 대권을 잡으면 국민의 삶이 행복해질 것 같은가? 혹은 그 반대라고 주장하고 싶은가? 천만의 말씀. 둘 다 틀렸다. ‘국민의 한마디’는 단호히 말한다, 이 정치인들은 모두 ‘국민의 종’이고, 따라서 주인은 국민이며, 국민이 정직하고 성실하며 책임감 있는 인물을 간택하기만 하면, 그게 누구든 아무 상관이 없다고!
“너희는 국민을 섬기는, 섬기기로 약속한, 시종이다.”
“너희 권력을 위해 국민의 이름을 멋대로 들먹거리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