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비극 《마농 레스코》
《마농 레스코》는 출간되자마자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그것은 이 소설이 비교적 짧고, 묘사되어 있는 심리도 이해하기 쉬우며, 특히 여주인공 마농이 창부형의 여인이라는 데에 있다. 그러면서도 전혀 천박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창부로 부각되어 있는 것은 프레보가 인간 내면 묘사에 탁월했기 때문이다.
데 그리와와 마농은 숙명과 같은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들의 감정은 서로가 다른 것이었다. 오직 사랑에 이끌리는 데 그리외와, 향락에 이끌리는 마농은 비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마농은 데 그리외에게 자신의 허영을 채워 줄 재물이 있는 동안에는 그의 곁에 머물지만, 돈이 다 떨어지면 미련 없이 그를 버리고 떠난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어도 데 그리외는 한결같이 마농의 뒤를 따르며 물불 가리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욕망 즉, 마농을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타락에서 타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농은 불행에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져, 마침내는 창녀들과 더불어 미국 루이지애나로 이송되어 간다.
마침내 그들은 머나먼 하늘 아래 자그마한 오막살이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결국 신은 그들을 저 버리고, 파란만장 사랑의 역정도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서 막을 내리게 된다.
영원히 남을 기적 같은 소설
독자들은 이 소설에서 단순히 젊은 기사와 창부의 연애라는 멜로드라마를 연상해서는 안 된다.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데 그리외다. 한 창부와의 사랑을 위해 가족과 종교, 사회질서와 자신의 숙명을 걸고 싸우는 주인공의 반항과 절망의 비장한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데 그리외의 비참한 운명은 영웅적 행위를 넘어 성스러움까지 느껴진다. 《마농 레스코》는 신의 이해할 수 없는 의지가 인간의 사랑 속에 발로된, 가장 비극적인 고뇌의 절규이다.
《마농 레스코》가 동서고금을 통해 연애소설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음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창부와 같은 부류의 여성이 문학에 그려진 것은 이 소설이 처음이라고 한다. 누구보다도 여성의 심리와 육체에 정통했던 모파상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여자도 마농보다 더 여자답지는 않다. 감미로우면서도 성실하지 않은 두려운 여성성의 진수를 마농보다 많이 갖춘 여자는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이 기적 같은 소설 한 편으로 프레보의 이름은 프랑스 문학과 더불어 세계문학사에 길이 빛나고 있다. 인간에게 연애 감정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인간이 인간으로 남아 있는 한 《마농 레스코》는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