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김윤아(자우림) 추천
- 혼돈과 반목의 시대, 재즈 베이시스트가 전하는 묵직한 감동
- 재즈는 지극히 사회적인 음악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즈 베이시스트 최은창이 책을 냈다.
『재즈의 계절』 『재즈 잇 업』 『밥보다 재즈』 등 재즈 애호가 또는 재즈 평론가가 쓴 재즈 책은 간간히 나왔지만 국내 재즈 연주자가 자신의 삶과 엮어 재즈라는 음악을 사유한 책은 드물어, 재즈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다.
한국 재즈 신에서 최고의 베이시스트로 불리는 최은창의 삶은 재즈를 닮았다. 서울대 사회교육과 졸업 후 미국 노스텍사스대학교 대학원에서 재즈를 전공하며 다소 늦게 연주자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 미국 뉴욕의 블루노트를 비롯해, 전 지역을 횡단하는 투어 밴드 생활을 했다. 2005년 귀국 이후, 여러 재즈밴드에서 연주했고, 가수 김윤아의 사이드맨으로도 십여 년째 함께하고 있다. 김덕수, 성시경, 이루마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공연이나 음반 작업에도 세션으로 참여한 바 있다. 2009년에는 재즈 펑크 밴드 JSFA를 결성하여 두 장의 정규 음반 및 싱글 음원을 프로듀스했으며, 도쿄 재즈페스티벌, 서울 재즈페스티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홍콩 재즈페스티벌 등 국내외의 많은 재즈페스티벌에서 연주했다.
베이시스트로서 저자는 4분음표의 세계에 주목한다. 재즈 베이스 연주자가 스윙 리듬을 연주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4분음표를 연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솔로 연주자와 드러머가 주도하는 재즈 연주에서 베이스 연주자는 그들의 대화를 경청할 뿐, 좀처럼 나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능한 베이스 연주자가 4분음표로 받혀 주면 그들의 연주는 술술 풀리고 관객도 마음을 열게 된다. 낮고 단조로운 베이시스트의 연주에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지만, 다른 밴드 멤버들의 좋은 연주 물결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며 이 행위를 꾸준히 반복하는 것에 의미가 있으리라고 믿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혼돈과 반목의 시대에 묵직한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20여 년 동안 재즈를 연주하고 또 예술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저자가 생각하는 재즈는 지극히 사회적인 음악이다. 여럿이 함께하기 위해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되, 나의 나 됨은 잃지 않으려는 투쟁, 그 힘겨루기가 만들어내는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바로 재즈라고 저자는 말한다.
재즈, 어디서부터 어떻게 들어야할지 막막한 당신을 위한 가이드
이번 책이 재즈를 듣고자 하는 누군가의 출발점이자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즈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의 가이드가 되었으면 하는 저자는, 막막해하는 이를 위해서 다양한 장치를 펼쳐놨다. 프롤로그에는 재즈라는 장르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정리했고, 깊이 있는 주석으로 상식을 뛰어넘는 풀이를 담았다.
재즈 가이드로서 이 책의 가장 백미는 저자가 심사숙고해 큐레이션한 10장의 재즈 음반이다. 단번에 재즈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스타일을 감상할 기회를 준다.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도 치밀한 음반 설명은 어느 도슨트 못지 않다. 이에 더해 부록으로 실린 재즈 아티스트 소개는 이 목록만 훑어도 빠질 데 없는 재즈 지식을 쌓을 수 있을 정도다. 록 밴드 자우림의 보컬이자 가수 김윤아의 추천사처럼 “이 책은 재즈를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되고 재즈를 알고 싶은 당신에게는 훌륭한 첫 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