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만드는 대중가요, 노래는 민심이다
국민가요는 시대가 만든다. 이미자의 대표곡 〈동백아가씨〉는 1960년대 산업화에 멍든 순정을 애틋하게 담아내 큰 사랑을 받지만, 왜색가요 판정을 받고 금지되었다가 해금된다. ‘가왕’ 조용필의 출세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1970년대 중반 재일동포 모국 방문 열풍을 타고 대박이 난다.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 등은 청년세대를 응원하는 곡으로써 뉴밀레니엄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게 노래는 시대를 이루고, 시대의 노래는 역사가 되었다.
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래들은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1980년대는 누군가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아! 대한민국〉이었고, 누군가에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야 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도산 안창호는 해외로 떠나며 〈거국행〉을 비통한 심정으로 남겼지만, 한쪽에서는 천황의 불멸을 소원하는 〈혈서지원〉이 울렸다. 노래의 이 아찔한 대비는 역사를 다각도로 보게 하는 안목을 길러준다.
《가요로 읽는 한국사》는 이토록 입체적인 ‘가요’를 통해 역사와 시대의 목소리를 들여다본다. 이 책은 특히 근현대사에 집중, 21세기 한국인이 어떻게 이런 정서를 가지게 되었는지 정치, 경제, 전쟁사, 생활사 등으로 세밀하게 살펴본다.
고대가요부터 케이팝까지, 60여 곡 노래 위의 한국사
《가요로 읽는 한국사》에는 60여 곡의 노래가 흐른다.
아득한 옛날, 비를 부르던 고대가요 〈해가〉부터 〈강남스타일〉, 〈다시 만난 세계〉를 비롯한 케이팝까지, 시대의 노래를 종횡무진 찾아 한국사를 새롭게 들여다보았다.
백성은 일하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다. 한 사람이 노래하면 열 사람이 화답하여 퍼져나갔고 그런 노래에 사람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담겼다. 신라 향가 〈모죽지랑가〉에는 당나라의 침략을 물리친 화랑정신이, 3·1운동 창가 〈대한이 살았다〉엔 고통을 견뎌내고 희망을 일으키는 독립정신이, 1950년대 유행가 〈굳세어라 금순아〉엔 한국전쟁으로 고향과 혈육을 잃은 피난민의 애환이 유장하게 흐른다.
이렇게 노래에는 역사책에는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흐른다. 사건만으로는 알아챌 수 없는 시대의 꿈과 정서, 고통과 희망이 생생하게 담기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농요, 동요, 민요 등 60여 개의 ‘가요’를 역사의 가락 위에서 소개한다. 옛사람들은 ‘요’에 민심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가락에 실린 백성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