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한 은퇴자의 솔직한 인생 성찰
한 사람의 인생은 마치 한 권의 책과 같아 고유한 이야기와 가치를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이 한창 바쁘게 인생을 살아가는 시기에는 일상을 유지하는 데에 치여 자신의 인생이 품고 있는 깊은 가치에 대해 성찰할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한 봉우리를 넘고,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은퇴 후의 시기는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을 새롭게 돌아보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생 100세가 당연시되는 지금의 시대에는 은퇴 이후 자기성찰의 방향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책 『은퇴 후 보이는 것들』은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형이자 前 동아대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로서 은퇴한 박우순 저자가 담담하면서도 사색적인 어조로 밝히는 은퇴 후의 삶, 인간관계, 건강, 노화, 행복, 그리고 죽음에 대한 에세이다.
책은 초고령사회로 불리는 2025년의 대한민국에서 은퇴자로서 살아가는 저자 본인의 경험과 생각에 비추어 은퇴, 인생, 관계, 건강, 노인, 행복, 죽음의 일곱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려운 말과 철학으로 꾸미기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낸 글은 오늘도 열심히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은퇴자들, 혹은 은퇴를 앞두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17년 정년퇴직 이후 예상치 못한 폐암 선고와 투병에 이어 급성 심근경색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갑작스러운 동생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맞닥뜨리면서 느끼게 된 삶과 죽음에 대한 경험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결코 죽음을 피할 수는 없으며,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삶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행복이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일상 속에서 찾아야 함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이 책 곳곳에는 저자의 손끝에서 나온 맑은 수채화풍의 그림과 미사여구로 치장하기보다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유머를 담아낸 짧은 시들이 배치되어 독자들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한편, 바쁘게 살아가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삶과 죽음의 본질, 인간관계와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