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뇌는 무엇이 달랐을까?”
머리에서부터 발가락까지,
인간의 신체 부위를 향한 욕망은 끝이 없다!
머리에서 발가락까지 인간의 신체 부위를 향한 욕망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 물론 이제는 전시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신체 부위를 파내지는 않지만, 그런 관행은 다른 이유로 계속되고 있다. 뼈 거래상과 혈액 농장주, 장기 매매자는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고 신체 부위를 사고팔고 있으며, 인체를 매매하는 암시장인 ‘레드마켓(Red Market)’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저자인 수지 에지는 『고흐의 귀, 퀴리의 골수』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사람들의 신체와 관련된 이야기에 주목한다. 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유명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신체적 특징이나 질병, 사후에 일어난 신체 부위 도난 사건 등을 추적하면서 그것이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거사가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인간의 신체가 여전히 욕망의 대상인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왜 타인의 신체를 욕망하고 터부시하는가?
나와 다른 것에 대한 혐오와 숭배의 시선
저자는 이 책에서 18세기와 19세기까지만 해도 허락 없이 시체에서 신체 일부를 떼어내거나, 뼈를 말리거나, 내장을 절여 보관하는 일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한다. 당시 의료진은 아픈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인체 연구에 열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유해를 연구 샘플이나 해부하고 나누고 전시할 고기와 뼈 정도로 여겼다는 것이다. 또한 신체 부위를 실어 나르는 사람은 의료진만이 아니었다. 유럽의 부유층은 이국땅을 여행하면서 원주민의 유해를 보물이나 골동품처럼 수집했고, 원주민의 신체 부위는 전 세계로 운반되었다. 마치 사냥감의 머리를 웅장한 저택의 벽에 걸어두듯이 원주민의 유해를 진열장에 전시했다. 유럽의 부유층은 원주민을 자신과 동등한 사람이 아닌 일종의 전리품처럼 취급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한편, 낯선 대상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날것으로 드러냈다.
인체에 대한 우리의 욕망은 삶과 죽음에 관계없이 뻗어 있다. 아인슈타인이 죽은 후 그의 뇌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 후대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의 천재성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혹은 일반인과의 특별한 차이점을 찾기 위해, 그 비밀을 소유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뇌를 해부했다.
‘호텐토트의 비너스’로 알려진 코이코이족 여성 ‘사라 바트만’의 이야기는 타자에 대한 혐오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는 19세기 초 끌려온 아프리카 여성들이 유럽 전역에서 전시되었다고 밝히면서, 사라 바트만의 사례를 소개한다. 바트만은 엉덩이에 다량의 지방이 쌓이는 둔부지방경화증을 보였는데, 바트만의 종족 내에서는 흔한 증상이었지만 유럽에서는 이를 조롱하고 희화화하며 구경거리로 삼았다. 1815년 바트만이 사망했을 때도 학대는 계속되었고 그녀의 뇌와 뼈, 성기가 파리의 한 박물관에서 보존된 채 전시되기까지 했다.
수지 에지는 이 책에서 의학적이고 사회문화적인 시각에서 여러 사례를 분석하면서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타자를 대하는 숭배와 혐오의 시선을 함께 이야기한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역사적 이야기를 21세기의 도덕관으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거나 죽은 인간의 신체 부위를 훔치고 팔고, 〈인체 신비전〉이라는 형태로 진열하는 행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인간의 행동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이 책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