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왜 향기를 만들어 내고,
그것은 인류의 역사와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식물의 자연사와 인류의 문화사를 넘나드는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이야기
인간과 식물은 함께 향기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인간 역사의 거의 대부분 동안 식물은 약이었고, 좋은 향기는 선한 힘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향기로운 식물을 가치 있는 것으로 귀히 여겨 왔다. 우리는 그런 식물을 연고로 쓰기 위해서 기름과 함께 으깼고, 종교 의식을 위해서 나무와 수지를 태웠고, 황금이나 목숨과 맞바꾸어 향신료로 쓸 향기로운 씨앗을 얻었고, 새로운 종류의 향기로운 식물을 찾기 위해서 세계를 여행했고, 죽은 이를 추모하기 위해 꽃을 놓았고, 다양한 정원에서 꽃을 가꾸었고, 열과 증기로 그 향기를 추출했고, 산업을 지탱해 줄 향기 분자를 발견했다.
하지만 식물이 향기를 만드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꽃가루 매개 동물과 포식자인 나방과 딱정벌레, 세균과 곰팡이, 꿀벌과 파리 때문이다. 식물은 꽃가루 매개 동물을 끌어들이고, 질병과 싸우고, 초식 동물을 쫓아내고,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서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상호 작용을 한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식물이 어떻게, 그리고 왜 휘발성 화합물을 만들고 조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선사 시대부터 중세를 거쳐서 산업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둥글게 이어져 있는 세계 곳곳의 역사와 문화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식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연기, 신앙, 비밀, 권력, 국가 건설, 부, 중독, 혐오, 패션, 유혹을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향기의 세계
- 훈향과 향신료, 그리고 정원과 향수
야생 동물 생물학자로 오랜 시간 일하다가 〈향기〉에 매료되어 천연 조향사가 된 이 책의 저자 엘리스 버넌 펄스틴은 훈향, 향신료, 정원, 향수로 이어지는 향기의 세계를 따라가면서 다양한 주제를 엮어 낸다. 그리하여 역사부터 문화, 생태, 화학, 산업, 환경, 첨단 기술까지, 온갖 분야를 탐구하는 여정을 흥미롭게 담아 낼 수 있었다.
식물의 방향 물질은 왜 만들어지고, 어디서 만들어질까? 몰약과 유향은 역사와 생태와 용도 면에서 어떤 비슷한 점이 있을까? 유향 무역상들이 나무에 대한 신비로운 전설을 전파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펄나무의 끈끈한 수지와 테르펜 성분은 곤충 집단을 그들의 생태계로 끌어들일까, 아니면 쫓아낼까? 유명한 수지 식물 중 하나인 대마는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하와이 최초의 성문법에 어쩌다가 단향나무와 관련된 빚을 갚도록 요구한 내용이 포함되었을까? 단향나무 정유는 왜 그토록 귀할까? 눈에 보이게 만든 향기라고 할 수 있는 훈향은 언제부터 종교적 의식에 쓰이게 되었을까? 향신료 교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3대 향신료인 후추, 생강, 카르다몸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과정은 어떠했을까? 바닐라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바닐린의 특성은 무엇일까? 식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처음 올라오기 시작한 때는 언제일까? 페르시아와 중국, 일본, 중세 유럽의 정원에 차이점이 있을까? 꽃가루받이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이때 다양한 꽃가루 매개 동물은 어떤 역할을 할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라벤더와 로즈메리 등의 허브, 수많은 장미, 난초의 특징은 무엇일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들은 어디에 있을까? 향수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다양한 향기를 어떻게 묘사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향기를 탐구하는 이 책은 향기를 사랑하고 그것을 잘 감각하고 싶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문화를 모두 연결 지어 세상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