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언제나 미루며 부모님과 여행 한 번 못해 본 스스로를 돌아보며, 명가의 종부로서의 법도를 가르치신 아버지에 대한 사모의 정과, 유교적 삶의 절도와 예법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많이 흐려지고 있는 현실의 모순 속에서, 한 번도 아버지의 당부를 거역하지 않고 법도와 격식을 지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 놓았다. 친가 시가 모두 대명문인 신순임 시인의 상황과 그 삶의 역정歷程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이해한다면, 목 메임 없이는 읽기 어려운 장엄한 글이다.
신순임 시인은 고령의 부친이 중환자실에서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는 위중한 상항 속에서 가르침 받고, 보고 겪고 실천한 유가儒家의 정신과 전통을 기록해 보자는 결심을 하였다고 한다. ‘미뤄 온 아버지와의 여행’은 아버지와의 효도 여행도 관광도 아니다. 아버지의 기억을 더듬어 미루어 왔던 고향의 역사 탐방 문화 기록의 여행이었다. 600년 대물림된 아버지의 삶과 기억이 가문의 정신사이고 전고典故인데, 병석에 계신 아버지와 진작 함께 더 하지 못한 것을 억울해 하며, 시인은 낙천 할배(신재승)와 조용하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며 진성현 역사 탐구여행을 이어 간 것이다. 그분들에게 여쭙고, 전화하고, 청송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서, 명문名門의 굴곡진 역사와 연비연사聯臂連査, 학풍과 문화유산(종택, 서원, 향교, 정자 등), 미풍양속, 절기에 따른 농가의 생활상, 세시풍속과 전통놀이, 고향 청송의 토속어와 사투리 등을 시의 형식으로 가꾸고 품어낸 것이 신순임 시인의 이번 시집이다.(조명제 평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