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오늘 뭐 입지?’ 옷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 온다. ‘저 옷을 언제 입었더라? 이 옷은 지금 날씨에는 안 맞겠지? 결국 오늘도 이 옷이네.’ 선택받지 못한 옷들의 아우성과 선택받은 옷의 행복한 비명이 들리는 것만 같다. 이런 작가의 재미있는 상상에서 비롯한 『찢었다, 멜빵바지』는 사물의 시선을 통해 아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행동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상대방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방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이럴 때 우리는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상대의 의중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행동이나 표정 등을 통해서 말이다. 다빈이는 어느 날부터 몸에 맞지도 않는 멜빵바지를 입고 유치원에 간다.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는 책 속에서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독자는 모두 알고 있다. 왜 유치원 사진 속 다빈이가 매일 멜빵바지를 입고 있었는지 말이다. 다빈이의 엄마도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체육 시간이 있는 날에도 멜빵바지를 입고 가겠다는 다빈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면서도, 선생님에게 여벌 옷을 맡겨 두었던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다빈이 친구 수아가 구멍 난 양말을 다빈이에게 보여 준 데에도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찢었다, 멜빵바지』는 옷들의 시선으로 다빈이와 수아 사이에 흐르고 있는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훔쳐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향수 한 가득 사랑스러운 그림의 『찢었다, 멜빵바지』
이 작품은 굵은 선과 레트로 풍의 그림으로, 작가의 이전 그림책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어른들은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다. 만화처럼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이 그림책 곳곳에서 빛나고 있기에 웃으며 볼 수 있고, 다 읽은 뒤에는 내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찢었다, 멜빵바지』는 다빈이의 시선이 아닌 옷장에 살고 있는 옷들의 시선으로 다빈이의 하루를 들여다본다. 옷에 달린 단추나 주름, 숫자, 캐릭터 등이 옷의 표정과 동작이 되어 생생하고 재미있게 옷들의 마음과 이야기를 전한다. 이러한 의인화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고, 누군가의 일상을 깊게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모두들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내가 가진 물건들은 내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그 상상 속 세상이 궁금하다면 『찢었다, 멜빵바지』와 함께 내 옷장 속, 가방 속, 서랍 속 물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