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신은 땅과 하늘을 세우고, 넓은 세상을 가득 채울 인간과 수많은 동물들을 만들었어요. 완벽하게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태고의 세상. 하지만 인간들은 여러 세대를 거쳐 번성할수록 탐욕스럽게 변해갔어요.
- p.6
많이 서투르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진심을 담은 리바이의 말에 아리아는 마음을 열었어요.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졌어요. 리바이는 그녀가 자신의 운명임을 알아차렸어요.
-p.17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건, 난 당신을 존중하고 지지해요.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당신이 그 위험하고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멜 필요는 없어요. 난 당신이 위험해지거나 다치게 되는 걸 원치 않아요. 이미 당신은 날 구하기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했고 지쳐 있어요. 나 역시 인간 세상과 그들 일엔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하고요. 하지만 당신이 그 길을 걷는다면, 난 조용히 당신을 응원하고 지지할 거예요. 설령 그 길이 우리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길이라 해도. 당신의 선택엔 이유가 있을 테고, 어떤 상황에서도 난 당신을 믿으니까요."
- p.107
나는 동화를 통해 ‘현실’을 풀어내고 싶었다. 어쩌면 이런 무거운 주제들을 담기에 동화라는 장르는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현학적이고 어려운 말 대신, 우리의 현실을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 어려운 책은 나도 좋아하지 않으니까. 이 책의 결말은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의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다. 다른 이의 선택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또 한순간의 만남이 인생의 변곡점이 되어 어떻게 우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두 버전을 비교해 가며 읽어 보시기를 독자분들께 권하고 싶다.
- p.153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책 읽고 글쓰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전문적으로 글을 쓴 적은 없었어요. 제 본업은 영어 강사예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면서 영어 동화책을 읽어 줄 기회가 있었어요.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어릴 때 봤던 이야기들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지잖아요. 그런데도 동화를 보고 재미를 느끼고 감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죠. 그러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직접 써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이나 사회를 바라보면서 생각한 것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이 책에 녹여냈어요.
- 작가 인터뷰 중에서
아리아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아리아는 저 자신을 많이 투영한 캐릭터예요.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목받는 여성 주인공들은 대개 강하고 주도적이잖아요. 감옥에 갇히면 그 문을 깨부수고 나올 만큼 능동적인 인물들이 각광받는 시대죠. 그런데 아리아는 그와 정반대예요. 특별한 능력을 타고나긴 했지만 정작 스스로를 지킬 힘은 없어요. 사실 시대 흐름에는 맞지 않죠. 저는 아리아를 통해 약자가 마주해야만 하는 현실의 벽을 더 명확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약자가 도움을 요청할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반응할까?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이타적일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누군가를 돕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게 된 거죠.
- 작가 인터뷰 중에서
일러스트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제 책에 상징적인 요소가 많다 보니, 그런 분위기를 담아낼 수 있는 일러스트를 함께 수록하고 싶었어요. 샤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죠.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지닌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 방식이 제 책과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거든요.
- 작가 인터뷰 중에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
자신만의 희망을 꼭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잖아요. 외부에서 받는 상처와 폭언도 너무 많고요. 저도 살아오면서 힘든 순간들이 꽤 여러 번 있었어요. 어린 나이에 사기를 당할 뻔한 적도 있고, 다른 사람의 빚을 제가 뒤집어쓸 뻔한 적도 있었죠. 그런데 다행히도 그 고비들을 순간순간 잘 넘겨왔어요. 저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우리 모두를 지켜주고 있다고 믿거든요. 그러니 포기하지 마세요. 자신만의 희망을 붙잡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길 거예요..
- 작가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