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과 영국군의 치열했던 전투 현장을 되살리다
이 책은 일본이 말라야 지역을 점령하기까지 벌였던 주요 전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1941년 12월 8일 일본군은 말레이시아 코타바루에 상륙하며 침공을 개시했다. 불과 며칠 만에 일본군은 말레이 반도를 빠르게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코타바루 전투, 지트라 전투, 캄파르 전투, 슬림강 전투, 엔다우 전투 등 결정적인 전투가 전개되었다. 저자는 각 전투에서 일본군이 보여준 전술, 공군과 해군을 활용한 전투 방식, 동남아의 정글 지형을 활용한 전략, 전차와 보병의 협동 작전을 통해 연합군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과정 등을 세밀하게 다룬다.
일본군의 전략과 함께 영국군과 인도군, 호주군이 어떻게 방어를 시도했는지 또한 심층적으로 다루어진다. 캄파르 전투에서 인도군이 펼친 방어 작전, 영국군이 슬림강 전투에서 맞은 굴욕적 패배, 파릿 술롱에서 후퇴하던 영국군이 일본군에게 잔혹하게 학살당한 사건까지 각 전투의 주요 장면이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서술로 재현된다.
▶ 객관적인 시선으로 진단하는 전쟁의 승패와 그 원인
일본은 어떻게 단기간에 말레이 반도를 점령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영국군의 준비 부족과 일본군의 치밀한 계획을 그 이유로 꼽는다. 말라야 지역은 영국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2차 세계대전 시기 영국은 본토의 안전을 우선시했다. 영국 정부는 말라야에서의 전쟁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고, 전쟁을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일본군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전략적 실수를 범한 것이다.
반면 일본은 영국을 붕괴시키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일본 육군은 열대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특별 훈련을 받았으며, 동남아시아 지역 주민들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집했다. 열대성 질병과 위생 문제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진행되었다. 말레이 반도에 상륙할 때 골칫거리가 될 수 있는 물속의 산호초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저자는 영국과 일본의 군사력뿐 아니라 전쟁 당시 두 나라의 정책적 판단을 비교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제2차 세계대전의 동남아시아 전선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제공한다.
▶ 전쟁을 이끈 주요 인물과 사용된 무기 체계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전투의 흐름뿐 아니라 일본군과 영국군의 주요 사령관과 병사들의 역할을 깊이 조명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양측 지휘관들의 배경과 성향을 소개하며, 그들이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갈등과 전략적 고민을 겪었는지 살펴본다. 또한, 당시 작성된 문서와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 전장에 있던 병사들이 구사한 전략과 전투 과정에서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전투에서 사용된 무기도 상세히 다뤄진다. 일본은 공중 기동성에 중점을 두고 전투기를 제작했으며, 그 결과 제공권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영국군은 전쟁에 나서기에 노후화된 브루스터 F2A 버팔로를 전투기로 선택했다. 이처럼 말라야 전쟁 당시 사용된 무기 체계와 그 사양 분석은 독자들이 전투의 양상을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